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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중국 월급의 '+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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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얼마 전 한국에서 온 친구와 공무원인 중국 친구 등 여럿이 함께 어울려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월급이 화제에 오르자 느슨하던 대화가 아연 활기를 띤다. 자신의 수입을 직접 밝히기는 거북했는지 저마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월급을 거론하는 것으로 한.중 양국의 월급을 탐색하게 됐다.

한국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4백만원인 데 비해 중국 친구는 1천2백위안(약 16만8천원). 그날 저녁은 중국 친구에 비해 수입이 무려 20배가 넘는 것으로 판명이 난 한국 친구가 냈음은 물론이다.

한데 식당을 나오자 중국 친구가 베이징(北京)에서 잘 나가는 시가 15만위안짜리 승용차 '산타나'를 타고 아듀를 고한다. 한국 친구의 눈이 둥그레진다. "아니, 자기 월급의 1백배도 넘는 승용차를 굴리네. " 한국 친구 입장에서 생각하면 무려 4억원 이상의 고급 차를 모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같이 놀라는 모습은 베이징을 찾는 대다수 한국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인들의 생활 수준이 월급에 비해 턱없이 높은 탓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베이징 모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한 중국 친구의 예를 들어 중국 월급의 비밀을 살펴 보자.

40대 초반의 이 교수 월급은 1천위안 가량. 이 월급은 기초 임금+근무 연한에 따른 임금+직급별 임금+직무별 임금 등 네가지 요소를 더해 결정된다. 중국인들의 흔히 말하는 월급은 바로 이것이다. 요체는 이것이 월급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플러스 알파가 붙는데 이것이 직장마다 다 다르다. 대학교수인 이 친구는 강의를 하면 강의료를 추가로 받고, 학교 사무를 처리하면 또 그대로 사무비를 받는다.

게다가 이런저런 명목의 상여금을 수시로 받는다. 실제 한달 수입은 5천위안 가량. 명목상 월급의 무려 다섯배나 된다. 중국인들이 말하는 좋은 직장일수록 이 플러스 알파가 많다. 뿐만인가. 맞벌이 부인이 4천위안을 벌어 합계 9천위안.

중국인들이 "월급은 1천위안…" 운운하는 것을 재빨리 암산, "이 친구 겨우 14만원짜리 월급쟁이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거드름을 피우면 큰 오산이다. 안으로 감춰진 플러스 알파를 감안, 겸손하게 대하는 게 상책이다.

유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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