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 이상화, 소치 가는 길 밝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새해 빙판에 부는 여풍(女風)이 심상치 않다. ‘여왕’ 김연아(23·고려대)가 완벽하게 복귀한 데 이어 ‘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사진)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이상화는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2012~2013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500m 1차 레이스(디비전A) 우승을 시작으로 여섯 번 연속 월드컵 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26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는 세계스프린트선수권에선 금메달뿐만 아니라 세계신기록까지 노리고 있다.

 한국 빙상은 전통적으로 남자가 강세였다. 겨울올림픽 효자 종목 쇼트트랙엔 김기훈을 시작으로 김동성-안현수-이정수로 이어진 에이스 계보가 있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선 이규혁-이강석이 오랜 시간 대들보 역할을 해 왔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김연아와 이상화가 금메달을 목에 걸기 전까지 한국 빙판은 남성들의 무대였다.

 이번 시즌엔 양상이 다르다. 남자 선수들이 부진하다. 밴쿠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리스트 모태범은 올 시즌 열린 다섯 번의 월드컵에서 한 번도 입상하지 못했다. 밴쿠버 1만m 우승자 이승훈은 지난 시즌 부진으로 올 시즌 첫 월드컵을 디비전 B에서 치르는 수모를 겪었다. 이번 시즌 전 꾸려진 국가대표 훈련단 명단에서도 빠졌다.

 지난해 5월까지 국가대표팀을 이끈 윤의중 전 대표팀 감독은 “이상화는 밴쿠버올림픽 때가 아닌 지금이 전성기”라고 말했다. 윤 전 감독은 “그땐 발목도 좋지 않았고, 체중도 지금보다 더 나갔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금방 지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화는 밴쿠버올림픽 당시 58㎏이었던 체중을 2~3㎏가량 줄였다. 대신 근력은 늘렸다. 허벅지 둘레가 밴쿠버 때보다 1인치 이상 늘어난 23인치다. 군살은 줄이고 근육을 키워 완벽한 스프린터로 거듭났다. 윤 전 감독은 “독일의 예니 울프, 중국의 유징 등이 라이벌이지만 현재 페이스라면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이상화의 적수가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쇼트트랙에선 막내 심석희(16·오륜중)가 데뷔 첫해 파란을 일으켰다. 심석희는 올 시즌 치러진 네 번의 월드컵에서 1500m 금메달 4개를 휩쓸었다.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선 1000m와 3000m 계주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3관왕에 올랐다. 곽윤기·노진규 등 내로라하는 ‘오빠’들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냈다.

손애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