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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장인) 장인을 받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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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차세대 고속철의 철도전기선 검측장비 개발 책임자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박영(40) 선임연구원. 2012년에만 국토해양부 장관상과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받는 등 이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다. 박 연구원은 얼마 전 서울지하철 1호선 개봉역에서 씁쓸한 경험을 했다. 역사 안에서 작업복 차림으로 검측장비 시험 중이었다. 그런 그를 보며 40대의 한 여성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에게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얘기했다. “너 공부 열심히 해. 안 그러면 저런 아저씨처럼 된다.” 박 연구원은 “일률적 잣대를 들이대 남의 직업을 헐뜯는 사회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선 직업의 귀천에 대한 편견이 강하다. 기술직이거나 중소기업 종사자라는 이유로 전문성을 무시하고 홀대하기도 한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한국 고교생 1만 명의 직업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생산직이라면 무조건 취업 않겠다”는 학생이 20.9%나 됐다. 건강한 공동체라면 분야와 업종에 관계없이 장인을 인정해야 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 충남대 천세영 교육대학원장은 “한국 사회가 짧은 시간에 물질적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직업 선호에서도 일률적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이 강하다”며 “품격 있는 사회가 되려면 이런 행태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성시윤(팀장)·천인성·윤석만·이한길·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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