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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蛇[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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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黑龍)의 해 임진(壬辰)년이 저물고 있다. 내년은 계사(癸巳)년이다. 뱀띠 해다. 뱀 ‘사(蛇)’는 벌레(蟲)의 뜻과 뱀 타의 음 및 뜻을 결합한 글자다. 뱀이 머리를 들고 꼬리는 늘어뜨린 채 구불구불 기어가는 모양이다. 뱀과 관련된 성어는 부정적인 게 많다. 사족(蛇足)은 술 한 잔을 놓고 뱀을 먼저 그리기 시합을 할 때 뱀의 발까지 그려 넣는(畵蛇添足, 爲蛇畵足) 수고를 했다가 진 경우를 말한다. 하지 않아도 될 쓸데없는 일을 하다가 도리어 일을 그르친 경우를 일컫는다. 배궁사영(杯弓蛇影)은 ‘술잔 속에 비친 활 그림자를 뱀으로 착각한다’는 뜻이다. 헛것을 보고 놀라서 공연히 속을 썩이거나,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신경을 쓰느라 생긴 병 등을 가리킨다.

불심사구(佛心蛇)는 말은 듣기 좋게 하는데 속은 악랄하다는 이야기다. 뱀의 아가리를 결코 좋은 뜻으로 해석할 수 없었나 보다. 사구봉침(蛇蜂針) 역시 악독한 말과 수단을 의미한다. 뱀과 쥐의 결합 또한 아름답지는 않다. 사두서안(蛇頭鼠眼)은 용모가 추하고 마음씨도 부정한 경우를 가리킨다. 삼사칠서(三蛇七鼠)는 세 마리 뱀과 일곱 마리 쥐이니, 도처에 해로운 물건이 많다는 이야기다.

뱀띠인 마오쩌둥(毛澤東)은 정치에 뱀 관련 성어를 적절하게 사용했다. 우선 타초경사(打草驚蛇)다. 원래는 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한 사람을 징계해 다른 사람을 깨우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십육계에 나오는 타초경사는 뱀을 잡기 위해 스스로 놀라는 척하며 풀을 두드리는 것이다. 변죽을 울려 적의 정체를 드러나게 하는 것인데, 1950년대 후반 마오쩌둥이 공산당의 잘못을 터놓고 이야기하자며 공산당에 불만을 품은 지식인들을 찾아내는 데 활용했다.

다른 하나는 우귀사신(牛鬼蛇神)이다. 소 머리 귀신과 뱀의 몸은 한 귀신을 말하는 것으로, 온갖 잡귀신 또는 악인을 뜻한다. 원래는 당(唐)대의 시인 두목(杜牧)이 이하(李賀)의 시를 칭찬하면서 환상적이라는 의미로 ‘우귀사신’이라는 말을 썼는데, 훗날 나쁜 사람을 뜻하는 말로 변하고 말았다. 문혁 당시 인민일보는 ‘모든 우귀사신을 쓸어버리자(橫掃一切牛鬼蛇神)’는 사설을 게재했다. 무고한 많은 사람이 우귀사신으로 몰려 고초를 겪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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