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정책 소신껏 … 박 정부, 의원 겸직 장관 기용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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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들이 30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설치된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뉴시스]

현역 국회의원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쇄신 차원에서 추진됐던 ‘의원의 총리·장관 겸직 금지’가 사실상 ‘겸직 가능’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진영 부위원장은 30일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장관이 대통령만 쳐다보고 국민을 보지 않는다. … 관료가 장관을 하는 게 좀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 출신들만 장관에 기용할 경우 이들이 대통령만 바라보느라 민생과 관련된 정책이나 공약 시행에 소극적이라는 얘기다.

 진 부위원장은 정부와 갈등을 빚었던 보육 공약 문제를 예로 들며 “대부분 민생 공약인데, 복지부 장관은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찾아와도 안 만나준다. 내가 만나서 얘기라도 들어보라고 하는데 듣지 않는다”며 관료 출신 장관들의 소극성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현역(의원)들의 (장관 등) 임명직 겸직 불가는 아니라는 소리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당선인이 고민을 좀 하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원들의 장관 겸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현행법은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공무원과 대통령, 헌법재판소재판관, 각급 선관위원, 지방의회의원, 정부투자기관 임직원, 농협 및 수협의 조합과 중앙회 임직원, 교원 등(국회법 29조)은 겸직할 수 없도록 했다.

 새누리당은 그러나 대선 전인 지난 7월 국회의원 특권 폐지의 일환으로 겸직 금지 범위에 국무총리와 장관 등 국무위원을 포함시키는 국회법 개정안을 여상규 의원 대표 발의로 추진했다. 그러나 당내 반대가 만만치 않아 추후 지도부에서 논의키로 했다가 흐지부지됐다. 민주통합당 역시 “장관 수행에 국회의원의 경력과 경험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월급을 두 곳에서 받는 것도 아닌데 이를 의원의 특권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반대했다. 사실상 여야가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겸직금지안은 결국 박근혜 당선인의 정치쇄신안에서도 빠졌다.

 진 부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장관 겸직 금지 논란으로부터 새누리당 의원들의 족쇄를 풀어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새누리당 주변에선 벌써부터 의원들의 입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기대 섞인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새누리당 재선의원은 “선거에선 이겼지만, 이번 대선에서 일명 ‘안철수 현상’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이 얼마나 정치쇄신을 원하는지 엄숙하게 자성하게 됐다”며 “불과 반년 전에 ‘특권을 내려놓자’고 외치다가 집권 초반부터 겸직 인사를 하면 국민들 눈에는 쇄신과 거리가 있게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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