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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파 교섭과 미국의 성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 미군 증파에 관한 조건 협상을 둘러싸고 한·미간에 적지 않은 혼선이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즉 14일 미측은 증파될 추가 병력과 국내의 보충 병력의 유지에 소요되는 17억원 이상의 원화 경비를 대충 자금 중 미측의 사용분 중에서 부담할 뜻을 전해왔다고 하는데 우리 외무부는 미측의 이런 태도는 받아들일 수 없고, 새로운 추가 지원에 의한 원화로 증파에 소요되는 경비에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미국 의회가 대월 철강재 수출에 있어서 이미 통고되었던 내용과는 달리 90대 10의 원자재 구성 비율을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박 상공부장관은 폭리설을 부인하고 이윤율이 10%미만이니 이미 합의된 철강재 수출 방식의 변경이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미 교섭에 있어서 벌어지고 있는 이와 같은 혼선은 앞서 한·미간에 합의된 14개 사후 보장이 뚜렷이 주효치 않고 있으며 3개월이나 끌어온 정부의 대미 교섭이 거의 무성과로 끝나게 되리라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군의 월남 증파 병력과 그 보충 병력의 유지비 전액을 원화로 한국 정부에 공여 한다」는 합의를 기초로 해석한다면 미국이 충자 수입 중 미측의 사용분에서 이 경비를 부담하거나 혹은 추가 지원의 형식으로 경비를 부담하거나 마찬가지이다 하는 논도 나올 수 있다. 그렇지만 「충자」중 미측 사용분이란 주한 외교 사절단의 비용이나 한국의 경제 및 문화의 발전에 도움을 주기 위해 사용하지 않고 하필이면 증파 경비를 이 재원에서 염출하려 하는가를 문제로 삼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정부측은 증파 소요 경비로 CPA 자금 1천만「달러」이상의 추원을 강력히 희망한다고 했고, 이미 한·미간에 이에 관한 양해가 성립된 것 같은 인상마저 주었는데 월남 전쟁에 연 1백억「달러」이상의 막대한 경비를 투입하고 있는 미측이 이 정도의 요구마저 들어주지 않는다고 하면 우리는 미국의 성의를 의심치 않을 수 없다.
월남에 대한 BA정책의 완화, BK정책의 점진적인 확대도 14개 합의 사항에 들어가 있는데 한국이 대월 철강재 수출에 있어서 마치 폭리나 얻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여 90대 10의 원자재 구성 비율의 적용을 부활코자 하는 미국 의회의 태도도 심히 유감이다. 대월 철강재 수출 총액은 작년도에 1천1백10만불이었고, 금년도 계획은 1천8백만불이나 되어 한국의 대외 수출 중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마저 못마땅하게 생각한다고 하면 미국은 월남 증파에 대해서 한국에 어떠한 경제적 이득을 주겠다는 것인지 도시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외국 전선에 장정을 투입하는 대가로 돈을 벌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월남 증파가 한국의 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줄뿐더러 또 파월되는 장병의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을 주는 것인 이상 우리는 마땅히 이에 따르는 경제적 이득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월남 증파란 명분론에 있어서도 말썽을 일으키는 것인데 실리마저 기대할 수 없다고 하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의 귀중한 자제들을 월남 전선에 대규모로 투입해야 하는가 부터를 문제로 삼아야겠다.
월남 증파를 둘러싸고 한국의 국론은 심히 혼란에 빠져 있고 반대 여론도 유력한 차제에 미국이 증파라는 목적 협상에서부터 충분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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