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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사람들] '쇼트트랙의 여왕' 전이경

중앙일보

입력

은반 위에서 날카로운 스케이트 날을 번득이던 '쇼트 트랙의 여왕' 전이경(25).

올림픽 4관왕의 위업을 달성한 뒤 대학원(연세대 체육학과)에 진학,학업에 열중하던 그녀가 프로골퍼로의 변신을 모색 중이다.

"어렸을 때부터 골프에 관심이 많았어요. 공을 칠수록 묘미를 느끼는 데다 박세리와 김미현 선수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한번 해보자고 결심했지요."

전이경이 골프채를 처음 손에 잡은 것은 1998년 10월 동네 연습장에서 재미삼아 골프공을 치다가 이듬해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에 돌입했다. 99년과 지난해 겨울엔 호주와 뉴질랜드로 전지훈련까지 다녀올 정도로 그녀의 골프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처음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종일 1천개 이상 공을 때렸지요. 그러나 마음 먹은 대로 쉽게 안되는 게 골프더라고요."

골프를 시작한 지 석 달만에 80대 스코어를 기록했지만 더 이상의 발전은 더디기만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5월부터는 아예 임진한 프로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경기도 이포 골프장에서 합숙하며 내년 봄 열리는 프로 테스트를 대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쇼트 트랙은 레이스 도중 실수를 하거나 넘어지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 골프는 실수를 한 두 차례 범해도 만회가 가능한 게 다른 점이에요."

전이경은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계속해 왔기 때문에 기본 체력은 튼튼하지만 골프를 할수록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선수는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가 2백m 내외로 짧은 편인 데다 쇼트게임에 약한 것이 고민이라고 했다. 그러나 쇼트 트랙으로 다져진 하체가 튼튼하고 허리 유연성이 좋아 프로골퍼로서도 자질이 충분하다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

"아직은 많이 모자라지만 프로테스트에 합격한 뒤 투어 프로가 되는 게 일차 목표지요.가능하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에도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그녀는 내년 2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에서 결정되는 IOC 선수위원 후보로도 올라있다. 더이상 쇼트 트랙 스타가 아닌 IOC선수위원 겸 프로골퍼 전이경의 모습을 볼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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