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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 DVD확장판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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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이 개봉하면서 전편인 '반지 원정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영화관에서 '두 개의 탑'을 본 관객들이 1년 전에 봤던 전편의 줄거리를 확인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반지 원정대' DVD는 두 가지 판이 나와 있다. 디스크 두 장짜리 '반지 원정대'가 지난해 여름에 나왔고, 넉 장짜리 '반지 원정대 확장판'(12세 이상)이 최근 출시됐다.

'반지의 제왕' 팬에게는 확장판을 강력 추천한다. 문제는 확장판 내용이 방대해 한숨부터 나온다는 점이다. 넉 장을 다 보는 데 스무시간이 넘게 걸린다. 소설 '반지의 제왕'을 위한 백과사전이 나온 것처럼 DVD 감상을 위한 가이드 북이 나와야 할지도 모르겠다.

확장판에는 극장 개봉판보다 30분이 긴 2백 8분짜리 영화가 들어 있다. 이 영화 본편은 DTS ES 6.1 서라운드 사운드가 지원돼 돌비 5.1로 감상해온 귀를 놀라게 한다.

추가 부분만 확인하고 싶다면 장면 선택을 눌러 별 표시가 돼 있는 새 장면을 고르면 되겠다. 요정의 여왕 갈라드리엘이 반지 원정대원에게 선물을 하는 장면 등을 볼 수 있다.

영화 본편이 수록된 디스크 1, 2에는 네 종류의 음성 해설 부록이 들어 있다. 감독과 작가.배우.디자인.제작 팀이 각기 영화 전편을 함께 보며 해설을 한다. 이를 다 들으려면 2백8분×4=8백32분, 약 14시간이 소요된다.

관심 있는 코멘터리만 듣거나 2배속으로 돌려 우리말 자막으로 내용만 확인하는 편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등장 인물이 워낙 많아 혼동이 되고 빨리 돌리기엔 내용이 알차니 네 차례의 '원정'에 기꺼이 동참하길 권한다.

장탄식은 디스크 서너 개에 수록된 영상 부록으로 이어진다. 영화 한 편을 위해 이렇게까지 준비하고 고생하고 전력투구할 수 있는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이 모든 과정을 DVD라는 매체에 담아 팔기 위해 영화 기획 단계에서부터 작심하고 기록했다는 점을 당당하게 밝히는 것을 보면 무서운 느낌마저 든다.

최근 우리 영화 제작진도 DVD 제작을 염두에 두고 출연.제작진 인터뷰와 촬영현장 기록 등을 하고 있다. 그러나 원작자인 JRR 톨킨의 세계를 구현하는 데 모든 역량을 투입했다는 '반지의 제왕'팀의 사명감이나 자부심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반지의 제왕'팀은 입이라도 맞춘듯 수시로 "좋은 영화에 참여하게 돼 행운"이라고 언급한다. 마치 조국을 수호하러 나선 열혈 애국청년들 같다.

이처럼 역사적인 작업에 참여했으니 모든 것을 기록해 후세에 길이 전하겠다는 각오를 보이는 '반지교(敎)신자'들이 부럽다.

디스크 3의 '책을 영화화하기까지'는 톨킨의 생애와 세계관 설명으로 시작한다. 감독 피터 잭슨이 "이건 톨킨의 영화이지 우리의 영화가 아니다"라고 단언할 정도로 제작.출연진의 원작 숭배는 대단하다.

원작소설이 성장기에 영향을 줬으며 그 추억 때문에 출연하고 싶었다는 배우들이 대본 쓰는 단계부터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치밀하고 과학적인 프리 프로덕션은 영화의 내용이 실제 일어났던 사건이라고 생각하며 시나리오.스케치.모형 제작.컴퓨터 디자인 작업을 함께 하는 데서 시작한다.

디자인 팀은 원작에 나온 역사.종족.언어 공부에만 1년을 투자했다. 호빗족 네 명의 발 연구를 1년 동안이나 해 1천8백짝의 발을 준비했고, 체인 갑옷은 3년6개월 동안 1천2백50만개의 링을 잘라 손으로 기웠다.

"고고학 발굴 현장에 온 것 같다" "카메라에 정확히 잡히지 않는 부분까지 고려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실제 화면과 스케치 등을 연결해 확인해준다.

스토리 보드.모형.컴퓨터 디자인을 종합해 촬영 전에 장면을 예측할 수 있게 한 '프리 비즈(pre-viz)' 역시 놀랍다. 영화 장면과 프리 비즈 화면을 비교하는데 차이가 전혀 없다. 프리 비즈 덕분에 배우들은 블루 스크린 앞에서 정확하고 실감나는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장이 다른 호빗족.난장이(드워프).인간.요정(엘프).마법사로 분해 한 화면에 비슷한 키의 배우들을 담을 수 있었던 비밀은 디스크 4의 '영화를 사실화하기까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괴물 캐릭터에 흥미를 느껴 영화 만들 생각을 했다"는 잭슨 감독을 위해 괴물 외형과 음향 창조에 헌신한 기술팀의 아이디어와 실험도 존경스럽다. 이 같은 준비가 있었기에 엄청난 규모의 3부작 영화를 약속한 날짜에 정확하게 개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스크 3, 4의 부록 시간만 4백5분. 6시간45분이다. 기술 설명이 지루하지 않냐고? 천만에. 유머러스한 도입부부터 만족감과 결의를 재확인하는 마무리까지, 장(章)마다 영화 하나를 보는 것처럼 완결된 구조로 돼있다.

부록 제작진 역시 '반지 원정대'의 일원으로 DVD의 수준을 높인다는 사명감으로 '중간계'에 뛰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그나저나 2편인 '두 개의 탑'과 3편 '왕의 귀환'의 DVD 내용은 또 얼마나 방대할까. 이를 기다리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우리말 자막 맞춤법 틀린 곳을 찾아내는 것뿐이라니.

옥선희 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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