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앞 뒤 없는 백악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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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의 백악관은「뒤」가 없다.「버스」가 백악관 남쪽 길을 지나갈 때 운전기사가 『이쪽이 백악관 후면』이라고 설명하자 어느 승객이『후면이 아니고 정면』이라고 맞섰다.
서로의 주장에 결론이 나지 않는걸 보고 이튿날 백악관 안내순경에게 알아보았다.『이 쪽은 북쪽 정면, 저쪽은 남쪽정면』이라는 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은『백악관에는 후면이 없다』고 단정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즉, 백악관에 드나드는 정부고관 국회의원 외교사절들은 북쪽 문을 이용하니 보통은 이것이 정면이다. 그런데「존슨」대통령은 남쪽 문으로 출입하니 이 쪽도 정면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직원들은 남쪽을 남쪽정면, 북쪽은 북쪽정면이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또 관광객이 들어오는 동쪽은 동쪽정면, 직원들이 백악관 행정처로 왕래하는 서쪽은 서쪽정면이라고 했다.
이 백악관은 북쪽에서 보면 2층이지만 남쪽에서 보면 3층이다. 실제로는 옥상에 한 층이 더 있고 지하실이 이층이라는 것이 직원들의 설명이다.
『백악관에 뒤가 없다는 것은 미국적 사고방식의 일면을 보여준다』고 어느 관광객이 말했다.
그의 말로는『밑보다는 위가 좋고, 왼쪽보다는 오른쪽이 좋고, 어둠보다는 밝은 것이 좋으니, 뒤보다는 앞이 좋지 않소?』라는 것이었다. <임상재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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