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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원 호랑이의 최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창경원 동물원에서 어린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해 오던 24세 된 태국산 「벵갈」호랑이가 3일 상오10시10분 1발의 「레민톤」총탄을 맞고 숨져갔다. 「백두」라고 불리는 이 암호랑이는 11년 전인 55년8월17일 대한금융조합 연합회가 태국에서 구입하여 창경원에 기증한 것인데 「고양이과」에 속한 동물들의 최대 수명인 25살을 1년 앞두고 창경원 당국의 호의(?)로 이날 해방 후 처음으로 안락사 한 것이다.
이 호랑이는 이빨이 모두 닳아 없어져 약2년 전부터 고기를 다져서 삼키도록 해주었는데 3개월 전부터는 기동조차 잘못할뿐더러 오줌 똥 등 배설물들을 누운 자리에 배설하기 때문에 창경원 당국은 우리 속 침침한 뒷방구석에 자리를 옮겨놓았었다.
이날 창경원 당국은 오랫동안 정 들여 기르던 이 호랑이를 제 손으로 죽이기는 어렵다하여 이근선(34·경복궁직원)씨를 특별 초청, 특별히 만든 맹수용 탄환을 쏘게 했는데 호랑이는 앞 심장 부분에 맞은 단1발의 총탄으로 정든 창경원과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이날 창경원의 모든 다른 동물들은 친우(?)의 죽음을 아는 듯 유난히 소란을 피웠으며 옆에 있던 사자는 더욱 슬픈 듯 울부짖었다.
이날 창경원에는 약50명의 시민이 호랑이의 최후를 보기 위해 몰려왔다.
창경원 당국은 죽은 「백두」의 뼈와 가죽은 표본을 만들어 진열관에 보존하고 내장은 수의사들의 연구재료로 쓰고 살은 공개경쟁 입찰로 팔 예정인데 호랑이의 살은 한약제로 쓰여 반신불수, 간질병, 신경통 등에 영험이 있다한다. 이 암호랑이가 안락사를 하여 창경원에는 숫호랑이 한 마리가 외톨박이로 남게되었다.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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