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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체질개선의 저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본사 외신부 김영희 기자는 지난 3개월 동안 순회특파원으로 「아시아」지역의 10여 개국의 정세를 취재하고 돌아왔다.
김 특파원이 본 동남아 인상기를 앞으로 5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언필칭 전환기의 「아시아」다. 「볼·펜」몇 자루에 원고지 뭉치를 들고 「캐슈미르」에서 서울까지 『「뉴스」의 번화가』를 석 달 동안 뜀박질하는 사이에 「필리핀」과 인도에서 지도자가 바뀌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실권의 저울대가 1백80도의 경련을 일으켰다. 대륙을 하나 건너뛰어 「나이지리아」·「시리아」·「가나」에서 밀려든 「쿠데타」의 충격파는 체질개선에 분주한 「아시아」에 다양한 역사의 「뉘앙스」를 더하고 있었다. 「홍콩」을 떠나던 날 미국이 중공에 1백 여대의 수송기를 매도한다는 미확인 보도가 터져 나왔다. 후문은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간 이「뉴스」처럼, 그 진부는 덮어두고라도, 「아시아」의 탈바꿈과 바깥 세계의 「아시아」정책의 필연적인 변모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사건은 없구나 싶었다.
때마침 월맹의 「하이퐁」항을 통해 영국·일본 같은 서방국가들이 비 전략 물자이긴 하지만 「하노이」의 생존에 필요 불가결한 상품을 공급한다고 「하이퐁」해상봉쇄의 소리가 「포토맥」과 「메콩」강 안에 요란했다. 이런 사정아래 미국이 독일인 「브로커」를 통해 북경에 비행기를 매도한다는 게 사실이었다면 그것은 영락없이 「덜레스」로 대표된 미국의 고전적인 반공도덕론의 만가의 마지막 음악을 의미하는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 걸음 남하하여 「필리핀」에서 「말레이지아」의 북「보르네오」(사바)주의 「사라와크」그리고 「싱가포르」까지만 내려가면 전환기를 맞은 「아시아」, 특히 세계적인 유행어인 이른바 다원화 현상의 한계가 드러난다.
그것은 중·소 분쟁과 「드·골」의 반미 자세가 대역을 맡은 다원화의 이론이 전후20년을 청산하는 「아시아」에 적용됐을 때 희망적인 기대가 변화의 가능성과 속도를 훨씬 능가했다는 증거일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또한 「케네디」에 의한 「라오스」중립화이후 중공의 존재로 인하여 「아시아」국가들이 갖는 위기의식을 성급하게 과소 평가한데서 오는 정세판단의 시행착오인지도 모른다.
「싱가포르」시내「스트랜드·호텔」의 「바텐더」는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쳐들고 모택동이 「최고」라고 떼를 써서 기자를 약올린 바 있다.
이광요 수상의 공보비서요, 동남아 지도급의 언론인인 「리·베이·첸」은 「싱가포르」의 중립을 역설하면서 미국 지도자들의 「정치가로서의 예지의 결여」를 호되게 비판하고 있었다.
「싱가포르」의 대외정책의 「리얼리즘」과 「쿠알라룸푸르」의 반공의 「클라시시즘」의 충돌은 「싱가포르」의 「말」소 탈퇴를 재촉하여 남태평양의 세력균형을 뒤흔들어 놨다.
그러나- 이광요는 영국 국방정책의 「수에즈」이동 포기론을 짐짓 외면하고 「싱가포르」의 영군 기지는 「싱가포르」자체의 안보를 위해서도 당분간 요긴한 존재임을 역설하고 있다. 「말」소 탈퇴이후 「싱가포르」정부의 첫 작업은 중공계 은행의 업무재개와 「프라우다」의 지국 개설이었지만, 중공의 「리모트·콘트롤」을 받는 물 건너 「인도네시아」와 중공세력 자제로부터 받는 위기감은 「싱가포르」사람들의 땀구멍 속을 파고드는 것처럼 보였다.
「뉴델리」에서 「캐슈미르」까지 인도의 시정에 팽배한 대중공 적대감정도 「싱가포르」의 경우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결국 인도이동의 「아시아」는 「팬·에이시어니즘」같은 공동운명체 의식의 바탕을 마련하지 못한 채 다원화 이전의 위치에서 타율적인 정치환경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월남전의 경우에 있어서 영·독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고군분투하는 미국에 「리프·서비스」이상의 지원을 않고 있는데 반해 「아시아」의 수 개 국가가 전투부대를 보내고 있는 것도 「반공성전」이라는 명분 때문인 것만 아니라면 한국 같은 나라가 대외정책 수립에 있어 고려해야할 「아시아」지역의 「변모의 현실」은 그 당분간의 한계가 더욱 분명해진다고 보겠다. <계속><김영희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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