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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에 남은 「우울」-징계 학생 묶인채 개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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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3월부터 각급 학교의 새 학년이 시작되었다. 얼음도 풀려 개학을 맞는 대학「캠퍼스」에도 봄빛은 완연한데 작년8월께 한·일 협정반대「데모」에 가담, 학교당국으로부터 「정치학생」이란 낙인이 찍혀 징계된 전국에 걸쳐 47명의 대학생(제적18명, 무기정학18명, 자퇴11명)에 대한 조치는 풀리지 않고 있다.
요즘에 와서 한·일 국교도 정상화되고, 「강경일변도」로 나가던 문교부도 우선 「서명교수」에 대한 보복조처를 완화하는 한편 대학총장들도 퇴직 「정치교수」의 복직을 간곡히 전의하는 등 한때 굳었던 분위기도 풀리는 듯 보이나, 징계학생에 대해서는 문교부나 대학당국이 모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교육계를 비롯한 각계인사들은 이와 같은 해금 「무드」를 타고 교수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징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어야한다는 소리가 높다.
특히 서울대학교 등 일부대학은 『제적학생에 대해서는 현행학칙상 구제의 길이 막혀있어 당국의 정치적인 배려만이 이들을 구제할 수 있다』고 내세워 문교부의 결단만을 요망하고 있다. 문교부는 앞서 『새 학년도에 총·학장재량으로 이들을 구제할 수 있다』고 밝힌바있으나 아직까지 지난해에 낸 「징계지시」를 철회않고 있어 학교측은 눈치만 살피고있는 형편이다. 더우기 자퇴학생은 사실상 강요에 의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풀어주지 않고 있다. 1일 본사에서 조사한 대학별 학생 수는 다음과 같다.
▲서울대=제적9·자퇴2·무기9 ▲연세대=자퇴2 ▲고려대=자퇴7 ▲이화여대=무기2 ▲동국대=제적3·무기5 ▲명지대=제적2 ▲건국대=제적2 ▲한양대=제적2 ▲경희대=무기2 ◇합계=제적18· 자퇴11· 무기18
징계학생구제에 관한 각계인사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유기천씨>(서울대총장) =개선의 정을 참작, 학칙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풀어주겠다.

<심상황씨>(서울대학생처장)=자퇴나 무기정학 처벌된 학생들은 신학기에 구제해주고 싶으나 제적된 학생들은 학칙에 구제조항이 없어 곤란하다. 당국의 아량있는 정치적인 구제조치를 기다릴 뿐이다.

<정충량씨>
(이화여대교수) =어떤 기회라도 마련되어 풀어주어야 한다. 그 학생들도 개인의 영욕을위해「데모」를 한것이 아니었고 애국심의 발로때문이었던 것으로 안다. 가둬만 놓는다고 선도가 되는것은아니다.

<이병린씨>(변호사)=사태가 완전히 수습된 오늘날 그들의 장래를 생각해서도 속히 풀어야한다. 정부가 그들의 장래를 생각해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서울대학교학칙>▲42조=학장은 학생의 본분에 어그러졌다고 인정할때는 징계할 수 있다. 징계는 근신·정학 및 제명처분으로 한다. ▲12조=퇴학 또는 제적된 자가 2년 이내에 재입학을 지원할 때는 학기초등록기간 중에 이를 허가할 수 있다. 단42조에 의해 제명처분 당한자는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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