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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잘 살고 있다-재산 몽땅 바꾼 두 노인 그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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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구화 7 .8백만환의 전재산을 몽땅 서로 바꾼 경산군 압량면 부금동의 두촌로 이오봉(61)씨와 김병수(57)씨는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 미련없이 의좋게 지내고 있다. 7년전(59년) 어느 가을날 뜨뜻한 사랑방에서였다.
「자네 재산이 나보다 더 많을걸세…」
「아니오·이형의 재산이 나보다 낫심더」김옹과 이옹간에 서로 오고간 농담이었다.
『이형, 그럼 전 재산을 맞바꿉시더』 『그렇게 합시더』서로의 한담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농담이 진담으로 되었다. 이런 농담이 있은지 열흘이 못 가서 숟갈하나 남기지 않고 서로의 재산을 바꾸기에 이르렀다. 오직 주인을 따르는 개만은 빼놓고.
『벌써 옛일이라 다 잊었심더. 뭐 후회하지 않느냐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더. 비록 촌사람이지만 그처럼 경솔한 생각은 해본적이 없읍니더』 김 노인은 「남아일언 중천금」을 그대로 말해주는 듯. 이제백발이 성성한 이 노인 역시 주름잡힌 얼굴의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7년전의 옛일을 회상하는 듯 했다. 그러나 조금도 후회의 빛은 찾을 수 없다. 『재산을 맞바꾸었다고 손해본 것 없고 또 후회한 적도 없읍니더』 두 집안 부인들도 똑같이 입을 모았다.
그간 두 집안에 변화가 있었다면 재산을 바꾼지 3년째되던 61년 이 노인은 과수원을 판돈 8만원으로 논6백70평을 사서 농토가 3천6백70평으로 늘어났고, 김씨 또한 뒤떨어질세라 7만원에 과수원을 팔아 논6백평을 사서 비슷한 평수의 농토를 갖게됐다.
또 이 노인네 집에서는 바로 그후 장손 재학(7)군을 보았으며 손녀 재숙(5)양을 얻어 가족이 11명으로 늘어났고, 김씨는 딸 정옥(5)양을 얻어 5명의 가족이 된 것.
그리고 두집 모두 재산을 교환할 그때보다 가세가 늘어났다. 한가지 서운한 것은 그처럼 주인들을 따랐기에 데려갔던 그 개들이 이제는 눈에 띄지 않는 것.
두 노인은 전과 다름없이 의좋게 살림도 더 늘여 흐뭇한 마음으로 지나고 있다.
김 노인의 작년 벼 수확이 40섬이고 이 노인 역시 그와 비슷하다고 또 다른 이웃 촌로는 말했다.
농촌의 조용한 변화 중에도 오직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이 노인과 김 노인의 의리 그것이다. 【경산=대구 주재 최순복·김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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