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논의 편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월남에 계신 오빠한테서 편지가 왔다. 내가 보낸 오징어다리 소포를 받았다는 것이다. 떠나기 전 여의도비행장으로 면회를 갔을 때 많은 사람들 틈에서 우리와 눈이 마주친 오빠 눈에는 금시 눈물이 돌았다. 그때 오빠가 고국을 떠나실 때는 감이 익는 가을이었는데 겨울도 지나고 봄이 창문 가까이 왔다. 햇볕 따가운 남국도시에서 오징어다리를 씹으시며 오빠는 뭘 생각하셨을까?
날마다 「매스콤」을 통해 보도되는 월남소식을 들을 때마다, 시가에서 달리는 군용 「지프」를 볼 때마다, 어쩌다 대위계급을 단 군인이 골목길에서 서성거리기라도 하면 난 갑자기 오빠가 소식도 없이 한국에 와서 우리 집을 찾아오는 길인가 하고 뛰어가 본다.
항상 들리는 포성,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테러」, 「정글」속의 전쟁으로 세계에서도 유명해진 월남에 계신 오빠와 오빠와 같은 한국군을 생각할 때마다 난 무슨 말을 드려야 위로가 될지 해야할 말을 잊어버리고 만다. <김윤희·19세·서울시 성동구 신당동 432의668·김선기씨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