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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연주 ‘천상의 선율’에 마음 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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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발달장애 음악인들로 구성된 ‘하트미라콜로 앙상블’ 이윤주·김우진·홍정한·이성민·강성민·이한결·이영수·김전준·정광영·배현규 단원(뒷줄 왼쪽부터). 20일 서울 전농동 배봉초에서 공연을 마친 뒤 어린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장애인의 재능을 인정합니다. 장애인의 능력을 존중합니다….”

 20일 서울 전농동 배봉초 강당. 이 학교 3∼6학년 어린이 600여 명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자폐·지적장애 등 발달장애 음악인들로 구성된 ‘하트미라콜로 앙상블’의 공연을 감상한 뒤 깨달은 마음이 변화를 ‘선서’로 표현한 것이다.

 이날 무대에 선 ‘…앙상블’ 단원들은 모두 음악대학을 졸업한 전문 연주자들이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자신의 전공을 살려 직업을 구하기 힘들었다. ‘…앙상블’을 운영하고 있는 하트하트재단(이사장 신인숙) 정화영(28) 사회복지사는 “음대를 나왔지만 빵 공장이나 우편물 취급소 등의 단순업무 외엔 일거리가 없었다”며 “이들이 적은 돈이지만 월급을 받고 프로연주자로 살 수 있도록 올 1월 앙상블을 창단했다”고 설명했다. 단원들의 월급과 공연 비용 등은 에스오일이 후원하고 있다.

  올해 ‘…앙상블’은 20여 차례 공연을 했다. 서울·부산 지역 초·중학교 16곳을 다니며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해피 스쿨’ 공연을 펼쳤고, 제일모직·신세계 백화점 등의 행사에 초청받아 연주를 했다. 이를 위해 단원들은 매주 20시간씩 서울 가락동 하트하트재단에 모여 연습을 한다.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고대인(31)씨는 “비장애인이 서너 번 연습하면 될 부분을 100번, 200번씩 연습해야 될 때도 있지만, 음악성과 자신감·사회성이 함께 자라는 모습이 놀랍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일 개인 연습도 3∼5시간씩 하고 있다. 지도자 고씨는 “발달장애인들은 자기가 한 약속을 꼭 지키는 순수한 성품을 갖고 있어 ‘200번 연습’이라는 과제를 내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낸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연습량이지만 단원들은 한결같이 “재미있다”고 했다. 클라리넷 연주자 김우진(23) 단원은 “연주를 하면 기분이 좋다” 고 말했다.

 20일 배봉초 공연에선 홍정한(23) 단원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하는 시간도 있었다. 발달장애 3급인 홍씨가 “친구들이 괴롭혀 힘들었다”고 털어놓자 아이들의 표정은 진지해졌다. 이어 홍씨는 ‘유 레이즈 미 업’을 플루트 독주로 들려줬다. 객석에 앉아있던 6학년 김지선양은 “너무 아름답다”면서 “장애인들도 뭐든 하면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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