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저커버그·네타냐후 이어 ‘파워 유대인’ 넘버3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전 세계 유대인 인구는 현재 16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국별로 가장 많다는 미국 유대인 인구도 650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 유대인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특화된 분야에 집중해 영향력을 구축하고 있다. 금융과 언론은 정치, 경제 권력의 산실이다.

학술, 교육, 문화, 예술은 인간의 정신적 영역을 지배한다. 그런데 이것만으론 그들의 영향력을 유지·발전시키기 어렵다고 보고 새 분야를 개척했다. 20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정보기술(IT) 산업이다. 컴퓨터를 통해 개인이 정보처리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2000년대에 와서는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확산시켜 IT산업 전반에 걸친 이들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유대인들이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가입자 정보를 합법적으로 가져간다는 음모론적 지적도 없지 않지만 SNS는 경이적인 속도로 전 세계에 전파되고 있다.

포브스가 꼽은 세계 여성경영인 1위

[사진=중앙포토]

요즘 세계적으로 유명한 IT 업체는 대다수를 유대인이 설립했거나 운영하고 있다. 유대인 폴 앨런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다. 현 최고경영자 스티브 발머도 유대인이다. 델을 설립한 마이클 델,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도 유대인이다. 구글은 러시아 태생 유대인 세르게이 브린과 동료 유대인 래리 페이지가 공동 창업했다.

SNS의 총아 페이스북은 20세의 유대인 하버드대 전자공학도 마크 저커버그와 급우 몇 명이 대학교 기숙사에서 2004년 창업한 벤처기업이다. 페이스북은 불과 10년도 안 된 오늘날 가입자 9억5000만 명을 자랑하는 경이적 성장을 이뤘다.

페이스북은 현대인의 두 가지 대표적 속성인 자기과시욕(narcism)과 관음증(voyeurism)을 절묘하게 결합해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시킨 1인 미디어 시스템이다. 그런데 양적 성장에 비해 수익성은 신통치 않았다. 2008년 3월 창업자 저커버그는 용단을 내렸다. 경쟁업체 구글에서 7년 동안 부사장을 지낸 귀재 여성경영인 셰릴 샌드버그(사진)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전격 영입했다.

샌드버그는 1969년 워싱턴 DC에서 태어난 독일계 유대인이다. 뛰어난 총기로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잘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수석 졸업했다. 루마니아계 유대인 경제학교수 래리 서머스의 수제자다. 졸업동기생 다수가 월스트리트 돈벌이 전선에 나서는 데 반해 샌드버그는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자리를 옮긴 서머스의 특별보좌관 자리를 택했다.

이후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한동안 매킨지사의 경영컨설턴트로 일했다. 99년 클린턴 정부 재무장관에 임명된 서머스는 그녀를 자신의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30세의 여성 비서실장이란 편견을 딛고 그녀는 재임 중 탁월한 업무처리 능력을 보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2001년 샌드버그가 공직을 떠나자 많은 기업에서 그녀를 최고경영자로 영입하려고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공을 들였다. 하지만 그녀는 벤처기업 구글로 자리를 옮겨 해외 온라인 영업·광고·홍보담당 부사장으로 일했다. 그녀는 검색엔진 구글에 적합한 광고시장을 만들어 입사 1년 만에 회사 수익을 4배로 올렸다. 또 많은 경영혁신 기법을 개발해 구글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다 2008년 페이스북 저커버그의 영입 제의를 받게 된다. 구글에서 잘나가던 샌드버그가 이 제의를 주저없이 받아들인 이유가 있다. 구글은 설립자 브린과 페이지 그리고 CEO 에릭 슈밋이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어 자신의 독자적 입지가 좁았다.

반면에 페이스북의 인적 구성은 단순했다. 최고경영자 저커버그 외엔 모두 정보통신기술자들이었다. 경영 면에서 자신의 독자적 영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는데, 그녀의 판단은 옳았다. 샌드버그는 페이스북에서 설립자의 간섭 없는 경영 재량권을 위임받았다.

그녀는 회사의 인사 구조를 개편하고 광고수익 모델을 개발해 1년반 만에 회사 운영을 흑자기조로 전환시켰다. 2012년 5월 페이스북을 나스닥에 상장시켜 가입자 숫자만 자랑하던 적자기업 페이스북의 면모를 일신했다.

샌드버그는 사회진출 여성의 롤 모델이 됐다. 2012년 포브스지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비즈니스파워 순위에 그녀를 1위로 올렸다. 2011년 12월 이스라엘 예루살렘포스트도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 유대인’ 리스트에서 그녀를 3위(1위 저커버그, 2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선정했다.

경영권 위임받아 광고수익 모델 개발

샌드버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녀는 맹목적으로 여성의 사회진출 숫자만 늘리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대신 결정권이 있는 주류 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엘리트를 중점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한 야망을 가지면 경계대상이 될 것이란 두려움을 떨치고 여성들도 야망을 갖고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스펙과 경력을 쌓는 데 치중하는 대신 성장을 위한 기발하고 파격적인 과제를 개발하라는 주문도 잊지 않는다.

샌드버그 외에도 미국 유대인 여성 중엔 검증된 최고경영자가 많다. 이렌 로젠펠트(크라프트 그룹), 마리사 메이어(야후), 사프라 캐츠(오라클) 그리고 에이미 파스칼(소니영화사) 등이다.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우리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여풍이 무척 거세다. 거셀 뿐만 아니라 단단하기까지 하다. 오랜 세월 여성의 능력과 잠재력을 무시해 온 남성들이 요즘 톡톡히 업보를 치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추세라면 이 업보가 단시일에 끝날 것 같지도 않다.

전 외교부 대사 jayson-p@hanmail.ne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