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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랑의 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입춘이 지났다지만 얼어붙어 버린 듯한 하늘이 창문너머로 보인다. 회진을 기다리고 있는 병동사무실은 의사·간호원들로 붐비고 있다. 마침 회진이 끝난 신경외과 과장이 그 특유한 눈웃음과 함께 말을 건넨다. 『자네, 요즘 신혼생활 재미가 어떤가.』
옆에 있던 동료의사들이 빙그레들 웃고 있다.
나는 약간 쑥스러운 표정으로 『글쎄올씨다…』하며 뒤통수를 긁고 말았다. 사무실 안의 사람들이 왁 웃어댄다.
결혼한 달생-결혼의 재미를 말하기에는 아직 풋내기가 아닌가.
한달 동안 나의 생활에 주는 변화를 생각할 때 무어라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다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 자란 남녀가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역시 어려운 문제인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난장판처럼 널려있던 방안풍경, 추운 날씨거나 조금 피로하면 적당히 넘겨버리던 발씻는 일…. 나의 「베이스」대로 수월한 생활이었다. 그러나 이젠 말끔히 정돈된 방안이라든지 발 안 씻고는 잠자리에 들어갈 수 없는 신세가 돼버린 것 같다.
그러나 이 신랑의 「고역스런 행복」을 결혼후보생인 후배동료들에게 구랑으로서 명 강의를 털어놓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며는…<정진홍·28세·의사·전남 광주시 계림동1구79방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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