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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뒤에 숨은 촌철살인의 풍자

중앙일보

입력

흔히 소극(笑劇) 으로 불리는 파스(farce) 는 서양 중세 도덕극의 막간극에서 유래했다.

과장된 몸짓.엉터리 소동.노골적인 농담.황당무계한 설정 등으로 관객을 웃기는 짤막한 연극을 일컫는다.'비속한 웃음' 뒤에 숨어 있는 촌철살인의 풍자가 소극의 생명선이다.

극단 수레무대(대표 김태용) 는 이 고전적 장르를 재발견해 국내 극단 사상 유례없는 요일별 레퍼토리 공연을 펼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막을 올려 28일까지 대학로극장에서 선보이는 '파스 페스티벌'이다.

이 축제에는 안톤 체홉의 '청혼'(월 오후 6시.8시) 과 카뎁 야신의 '철학자 구름같은 연기의 세상보기'(화.수.목 오후 6시.8시) , 작가 미상의 중세 유럽의 작품 '삐에르 빠뜨랑'(금.토 오후 6시.8시, 일 오후 3시.6시) 등 파스 세 편과 특별공연으로 '어린왕자'(금.토 오후 3시) 가 선보인다. 네 작품 다 김태용이 연출했다.

'청혼'은 이 극단의 간판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다. 노총각이 노처녀에게 청혼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반목과 화해를 코믹하게 그렸다.

이 작품만 파스와 보드빌(vaudeville) 로 형식을 이분해 연이어 공연한다. 프랑스에서 생겨난 보드빌은 춤과 노래을 섞어 만든 풍속희극. 이 또한 풍자가 생명으로 두 형식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알제리의 파스인 '철학자…'는 가난한 철학자의 지혜로운 처세술을 재치와 유머로 풀었으며, 중세 파스의 고전적 형태를 보여주는 '삐에르 빠뜨랑'은 위선적 변호사의 농간을 꼬집었다.

'어린 왕자'는 익히 알려진 생텍쥐페리의 작품을 연극으로 꾸민 것이다. 단원 중 김동곤.이인호.송경하는 네 작품에 다 출연하는 초인적 정신력을 과시한다.

무대와 조명은 각각 전경란.우현구가 담당했다. 코미디 명가(名家) 를 꿈꾸는 수레무대(wagon stage) 는 수레무대에서 공연하던 이탈리아의 가면극 양식인 '코메디아 델라르테'에서 따온 것이다. 02-7665-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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