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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당선인의 국가위기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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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최평길
연세대 명예교수
(대통령학·국가정보학)

청와대 대통령실은 국정운영과 국가위기관리의 중심에 있다. 지금 18대 대통령 선거 당선인은 승리와 찬양에 도취해 마치 구름 위를 걷고 있는 기분일 것이다. 그러나 당선 순간부터 예고 없이 밀려오는 엄중한 국가위기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국민은 당선인에게 불굴의 의지와 리더십을 요구한다.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극명하게 표출된 좌우·세대 간 괴리, 중산층 붕괴와 저소득층·고소득층의 돌출, 커지는 복지 요구, 장기적 세계경제 침체와 맞물린 한국 경제의 저성장, 인구 감소, 원자력 발전소 안전, 에너지 위기,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핵실험 징조, 미국·일본·중국 지도자 교체와 그들의 한반도 전략 변화 등의 과제와 맞닥뜨려야 한다.

 과거 문민정부가 수립되면서 청와대에 상황실이 설치돼 국가위기관리를 위한 신경센터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 상황실은 국가정보원·국방·외교·통일·경찰정보기관·지방정부가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정리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조기경보를 발동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의 상황실은 장기적 안목에서 일관성 있게 운영되지 못했다. 명칭도 시기에 따라 상황실·국정상황실·국가안보회의·국가위기관리센터로 바뀌었으며 이에 따라 기능도 변화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는 냉전 해체 이후 9·11 테러를 맞으면서 국가위기 예방과 관리·집행 차원에서 대통령·총리를 지원하는 정보지원체계를 확립했다. 미국 국가정보부, 영국 총리실 정보위원회, 독일 총리비서실 정보수석, 일본 관방부 장·차관과 내각정보관실의 정보시스템 강화, 이탈리아 총리실의 정보위원회 사무총장실, 프랑스 대통령궁의 국가안전실과 총리실의 정보위원회 가동이 좋은 사례다.

 당선인은 대통령 비서실의 조직 운용 시스템을 정보기술(IT)과 결합해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그 점검의 핵심을 위기관리센터로 운영하는 상황실에 두어 대통령 정보지원 시스템을 심화·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국가정보기관이 대통령과 대통령 비서실에 제공하는 정보 내용, 국가위기상황 조기경보 발동, 위기집행 담당 정부부처에 대한 대통령의 명령과 소통, 청와대 비서실과 정부부처, 위기에 노출된 기업과 사회조직에 제공하는 정보유통 시스템을 전방위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동시에 대통령 당선인은 국정운영과 국가위기관리 시스템을 최적화하기 위해 정부 수립 이후 한 번도 실시한 적이 없는 국가정보기관의 업무재고조사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가정보기관의 고유 임무 명확화, 정보업무 조정, 정보기관의 정비, 정보전문성 강화로 21세기 정보기관 전문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이런 기반 위에서 대통령을 위한 국가정보 지원 시스템을 정비하고 국가위기관리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센터를 청와대에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지진참사나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벌어질 남북한의 미사일전·공중전·해상전은 발생 1~2시간 안에 상황이 종료될 것이다. 전국 단위에 걸친 실시간 정보 융합·유통, 신속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청와대와 연결하는 것이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의 핵심이다. 국가정보부·정보수석실·정보융합사무총장을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활용하느냐는 전문가의 브레인스토밍이나 모든 가상 조건을 투입한 시뮬레이션으로 최적화된 조직운영 모델을 확정해야 할 것이다.

 당선 이후 취임일까지 67일 남은 정권 인수 기간에 대통령 당선인은 국가위기관리 매뉴얼을 보강하고 조직적 대응체계 정립, 유능한 전문 인력 기용, 정비된 정보융합 시스템으로 위기 예측과 위기 극복의 예행연습까지 끝마쳐야 한다. 국가 위기관리는 한시라도 손을 놓아선 안 되는 국가의 핵심 과제이기 때문이다.

최 평 길 연세대 명예교수 (대통령학·국가정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