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정부패의 조직화·기술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신년에 들어서면부터 정부 또는 정부산하 기업체의 조직적인 부패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 세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철도나 부정사건, 노동청 부정사건, 서울시 수도국 부정사건 그리고 업계의 거액탈세의 노출 등은 국정이 심히 문란하고 부패가 더욱 미만해 가고 있음을 말하여준다.
이런 부패사건을 일관한 특징은 부정부패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요, 또 부정부패의 기술이 고도로 지능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부정부패의 조직화·기술화는 비위공무원이 단독으로 법망을 뚫고 남의 눈을 속여가면서 부정으로 치부하는 부패와는 그 류를 달리한다. 우리는 정부가 조국 근대화사업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부패의 조직화·기술화 경향이 심하게 싹트기 시작했다는 것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부정·부패의 조직화·기술화를 막기 위해서는 감독관청이 부단히 엄격한 감시를 하는 동시에 민중을 대변하는 언론기관이 부정·부패를 과감히 적발하고 폭로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일단 부정·부패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면 그 규모와 범위를 사실대로 확정하고 거기에 관련된 자들은 그 신분이나 지위 여하를 불문하고 이를 색출하여 법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 사회의 경우에는 이 당연한 요구마저 실천되기 어려운 형편에 있는 것 같다.
예컨대 철도청 부정사건의 경우 뇌물상납의 정점이 범죄 수사선에 오르내린 자들에게만 다 있는가 의문의 여지가 많다. 서울시 수도국 사건의 경우에는 범죄를 들추어내기 위한 노력이 서울수도사업국의 감사방해로 수사가 부진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부패의 발생보다도 부패를 은폐하려는 이런 이유의 공무원의 썩어빠진 자세에 대해 더 한층 분노를 느끼게 된다.
정권이 있는 곳, 그리고 정권에 대한 민주적 관리가 불충분한 곳에는 부정·부패가 반드시 싹트기 마련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민간에 대한 정부의 통제권·허가권이 방대를 극하면서도 하급공무원들이 박봉에 얽매여 있는 실정 밑에서는 부정·부패가 반드시 싹트기 마련이다.
우리가 진실로 두려워하는 것은 부정·부패의 빈번한 발생이 부정·부패를 증오치 않는 사회적 기풍을 은연중 조성한다는 것이요, 또 부정·부패를 범한 자에 대한 정부 당국의 미온적인 태도는 더 한층 부정·부패가 창궐할 수 있는 범죄의 옥토를 조성해 준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정부가 부정·부패를 알고서도 그 폭로가 자아내는 대중의 규탄이 두려워 이를 조기에 제거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가, 또는 부정·부패가 범죄로 드러난 경우에 있어서도 공무원들이 한가한 동료의식에서 이를 되도록이면 가볍게 취급하려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관계자들의 각별한 반성을 촉구하고자 한다.
현 정권도 5·16사태 직후로부터 계산하면 만5년의 집권을 지속하고 있다. 집권의 장기화가 부패를 가승한다는 것은 고금동서를 통해 가리울 수 없는 경향이요, 부패에 대한 자가 숙청을 게을리하는 정권은 바로 그 때문에 허물어지기 마련이다. 현 정권 지도자들은 이 이치를 잘 파악하고 현재의 부정·부패가 조직화·기술화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여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는데 참으로 과감하기를 요망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