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거짓 쿠데타 일으킬 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월 스트리트 저널은 13일 이라크전 과정에서 예상되는 '네가지 시나리오'를 열거했다. "이들 모두가 미국을 곤혹스럽게 할 문제를 안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먼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쿠데타'로 권좌에서 물러날 경우.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보좌관들은 "진짜 쿠데타인지 확인할 길이 막막하다"고 지적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후세인이 심복에게 가짜 쿠데타를 일으켜 자신을 제거한 것처럼 꾸미게 한 다음 막후에서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세인이 '가짜 후세인'을 동원해 쿠데타를 더욱 실감나게 꾸밀 가능성도 있다. 미 관리들은 세르비아계 보스니아 지도자인 라도반 카라지치가 쫓겨난 뒤에도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둘째로는 미국의 공격이 임박한 시점에서 후세인이 태도를 바꿔 "대량 살상무기가 발견됐다"고 치고 나올 경우다.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동맹국들은 "대량 살상무기 위협이 없어진 만큼 전쟁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셋째로 후세인이 자진 망명해 제3국으로 갈 경우 미국이 새 정권을 인정하고 후세인을 국제전범재판소에 회부할지를 놓고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후세인이 진짜 쿠데타로 축출되거나 사망할 경우인데, 이때 새 지도부가 후세인 정권보다 낫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는 점이 미국의 고민이다.

정재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