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축구장서 배구 경기, 폴란드의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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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표적 실내 스포츠인 배구를 지붕 없는 축구장에서 한다?

 황당한 가정이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폴란드배구협회(PVF)는 18일(한국시간) 내년 6월에 열리는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브라질과의 경기를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서 치르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은 지난해 11월에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를 앞두고 신축했으며 5만8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폴란드배구협회는 축구장에서 배구 경기를 치르는 계획이 팬을 위한 이벤트임을 강조하고 있다. 미로슬라프 프리제드펠스키 회장은 “배구경기가 무조건 실내에서 열린다는 편견은 잘못된 것”이라며 “축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면 폴란드와 브라질의 수준 높은 경기를 보다 많은 관중이 지켜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현 가능성은 반반이다. 현재 폴란드협회는 FIVB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프리제드펠스키 회장은 FIVB 부회장을 맡아 국제 배구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FIVB가 그의 요구를 묵살하기 힘들다. 그러나 ‘배구는 실내 스포츠’라는 보수적인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경우 축구장 경기가 무산될 수도 있다.

 하지만 폴란드협회는 차근차근 경기 준비에 나서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폴란드 남자배구 대표팀의 안드레아 아나스타시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을 찾아 실사를 끝냈다. 아나스타시 감독은 “바르샤바 경기장에서 배구를 한다고 특별히 어려울 건 없다”며 “수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를 하는 건 환상적인 일이다”고 말했다.

 한편 폴란드는 이번 경기가 성공적으로 치러진다면 2014년 9월 자국에서 개최하는 세계배구선수권대회 역시 축구장에서 연다는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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