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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특허침해 때문에 삼성제품 판매금지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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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법원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미국에서 영구 판매 금지해달라는 애플의 요청을 기각했다. “제품에서 아주 작은 부분의 특허 침해 때문에 판매를 막는 것은 지나친 처사이며, 소비자 선택권을 빼앗아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17일(현지시간) “특허 침해 평결을 받은 삼성 제품 26종을 판매 금지해달라”는 애플 측 신청에 대해 “677특허나 087특허를 침해한 것이 애플에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줬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677과 087특허는 ‘둥근 모서리’나 ‘화면 아래 홈 버튼’ 같은 아이폰 디자인 관련 특허다.

 고 판사는 “삼성이 애플의 고객층을 잠식했을 수 있으나 애플의 고객층을 완전히 휩쓸어가거나 애플이 스마트폰 사업을 못하도록 몰아낼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이번 소송은 매출 손해에 대한 것이지 시장에서 생존할 능력을 잃어버리는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특허 침해가 인정될 경우에도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쪽으로 해결해야 하며, 판매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독일의 특허 전문가 플로리언 뮐러는 블로그를 통해 “이번 판결이 항소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질지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삼성의 승리”라고 평했다.

 삼성과 애플 간 소송과 관련해 지난 8월 미국 배심원단은 “삼성이 10억5000만 달러(약 1조120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고, 애플은 이를 바탕으로 갤럭시S2를 포함한 삼성 스마트폰 26종의 판매 금지를 요청했다.

 고 판사는 이날 “배심원장이 삼성 협력사와 소송을 한 사실을 숨기는 비행을 저질렀으니 평결을 파기해달라”는 삼성 측 요청 역시 기각했다.

 이날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애플의 주가는 장중 501.23달러까지 떨어졌다가 518.8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9월 21일 705.07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한 뒤 석 달 만에 26% 하락했다.

 한편 삼성은 18일 “애플이 삼성의 표준특허를 침해했다”며 아이폰4S 등을 판매 금지해달라고 독일·영국·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 법원에 냈던 신청을 취하했다. 그러나 표준특허에 해당되지 않는 쪽에 대해서는 판매 금지 신청 등을 물리지 않았다.

 통신 분야에서 표준특허란 통신을 하기 위해 반드시 써야 하는 기술로, 이 특허를 가진 회사는 사용하려는 기업에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특허를 이용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프랜드(FRAND)’ 원칙이라 부른다. 업계에서는 프랜드 원칙 때문에 표준특허에 따른 판매 금지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삼성전자가 신청을 취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한국과 미국·일본·호주에서는 애플과 특허 관련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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