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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만·캐포티」작 「냉혹」 「그레이엄·그린」작 「희극배우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그린의 「희극배우들」>
위험과 교묘한 악이 위장되어 있는 「그레이엄·그린」의 세계에서 인생이라는 것은 사랑과 회오의 짐을 지고 결코 정복할 수 없는 산정을 향해 가쁜 숨을 몰아 쉬며 한없이 올라가는 투쟁의 과정인 것이다.
「그린」은 이 소설에서 「아이티」섬을 한 폭군으로부터 구제하려고 쓸데없는 노력을 하는 세 인물을 등장시키고 혁명과 사랑으로 피곤해진 이들로 하여금 이야기를 끌고 가게 한다. 「아이티」는 이러한 현실도피자들에게 완전한 환경을 조성해 준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이들은 그들이 정말 해야할 일을 발견 못했음은 물론, 몸에 밴 도덕으로부터 해탈도 못하고 이기의 악순환에 짓눌려 발버둥치게 된다.
「아이티」의 폭군 「뒤발리에」의 폭정에 외로이 반발하는「닥터·메지어트」는 「카뮈」의 「페스트」에 나오는 「닥터·류」와 혹사한데 붕괴일로에 있는 자기 사회를 『우리는 여기서 자기 돈으로 사는 게 아니라, 빛을 지고 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린」의 모든 작품들이 자기의 고정관념에 유리하게 「생의 의미」 유무와 「선·악의 애매한 경계」를 얘기했으나 이 작품에선 잠깐 이를 포기한 것처럼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자에게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능란한 필치」가 아니라 「그의 심자」이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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