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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증시충격 분분..랠리론 나와 주목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뉴욕 등 세계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해석이 분분하다.

국내 주요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들도 이날 새벽 긴급 토론회를 개최,영향 분석에 나섰지만 역시 정해진 답을 도출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뉴욕 증시에 대한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분석은 그리 비관적이 아니다.이미 예견된 국사행동이기 때문에 증시에 반영된 재료라는 것.게다가 이슬람권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미국의 외교 노력이 어느 정도는 성과를 낸 상태에서 공격이 시작됐기 때문에 확전의 우려는 낮은 것으로 지적됐다.이에 따라 증시 충격도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들의 일반적 진단이다.

웰스 파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손성원은 "1991년 걸프전 때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 후 증시가 상승한 것처럼 이번에도 뉴욕 증시는 8일 안도감에 따른 랠리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다소 조심스런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뱅크원 캐피털 마켓의 수석 파이낸셜 이코노미스트인 앤써니 카리다키스는 캐리다키스는 "미국의 공격은 예상치 못했던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을 혼란 속에 빠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냇웨스트 스톡브로커스의 리서치 책임자인 제레미 뱃스톤은 "많은 이들은 관망세를 취할 것"이라며 "주가는 하락하겠지만 공황적 매도(panic selling)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공습 이후 전통적인 자금 안전처인 금과 스위스프랑 등으로 자금이 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주식과 외환시장은 전달 11일 테러사태 이후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 군사행동이 이미 예견됐기 때문에 그 여파는 크지 않을 것리는 지적이다.

전문 경영인의 입장도 이와 그리 어긋나지 않는다.잭 웰치 전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은 아프간에 대한 군사공격이 미국의 경제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을 줄 수도 있으나 기초여건이 튼튼해 내년에는 이를 극복할 수 있으며 오히려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웰치 전 회장은 이날 독일의 ARD 채널의 한 토크 쇼에 출연,"테러리스트에 대한 공격은 경제에 대한 공격은 아니고 우리의 삶의 방식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하고 “일련의 경기대책이 전쟁의 위험을 극복하는데 충분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역시 변수는 확전의 여부다.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한정될 게 분명하다. 테러 사태 직후 나타났던 시장 불안은 상당부분 전면전 발발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던 것으로 분섣되고 있다.특히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번 공습과 관련,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시장에는 긍정적이다.

시장에서 또 한차례 패닉에 빠진다면 긴급 안정 조치가 취해질 공산이 높다.게다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다시 긴급 금리인하로 호응할 가능성도 많아 보인다.FRB는 이미 올들어 9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4.0%포인트나 낮췄었다.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던 국제 유가 역시 그리 불안할 것 같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는 지난주말 배럴당 21달러대, 중동산 두바이유는 배럴당 19달러대까지 떨어져 단기적인 급등 현상이 있더라도 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

국내 증권 전문가들로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우선은 모든 악재를 전쟁 발발을 계기로 털어버릴 수 있으리라는 분석을 주목할 만하다.이는 예견된 악재는 확정 소식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주식의 기본 생리와도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우려되는 부분은 전쟁은 소비 심리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그것이 장기로 이어지면 수요의 불균형성이 심화돼 문제가 생긴다.하지만 단기에 그친다면 그 효과는 상당히 긍정적일 수 있다.죽었던 수요가 일시에 되살아 나면서 자극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오늘 증시에서의 주가 움직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분명한 것은 전쟁 향방(결과)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시점에서는 주가는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이에 대부분 전문가들은 전쟁 후 2~3일 간의 양상과 확산 가능성을 살펴본 다음에 시장 참여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충고한다.

현대투자신탁증권의 경우 개전 이후 국제 유가추이를 확인하면서 투자에 나설 것을 권유하고 있다.유가가 안정 추세라면 전쟁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유추해석이 가능해 낙관할 만하다는 것.

프루덴셜증권의 시장전략가인 브라이언 피스코로우스키는 “이미 시장은 과매도 상태로 접어들어 있다.미국의 보복공격은 변동성이 심한 현재 장세에서 투자자의 ‘사자’ 충동을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의도 기자 huhe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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