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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통근 농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본의 농촌 인구는 지금의 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며, 농가마다 자가용차를 갖게 될 것이다』 이것은 일본 경제기획청의 경제 연구소가 제시한 「20년 후의 일본의 농업상」-. 『8년 동안이나 아버지가 행방 불명이 된 청삼현 (일본의 동북 지방)의 한 농가의 중학생이 불안 끝에 자살했다…농촌을 떠나 도시로 품팔이 나가는 농가가 많은 청삼현에서는 백13명이 출가 나간 채 소식이 끊겨 가족들의 호소로 현 당국은 마침내 공개 조사를 시작했다… 예전은 동북 지방 농업의 딸들이 도시의 인육 시장에 끌려가는 비극이 사회 문제가 되더니 요즘은 「버림받은 처자」가 새로운 동북 애화」가 되고 있다…』 이것은 「20년 전」인 최근의 소식들-.
대단한 명암의 대조다. 일본에서 최근 대두되고 있는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의 한가지가 바로 「농업」이다. 1955년 이래의 일본 경제의 고도 성장은 농업 생산력을 「상대적」으로 저하시켜 그 결과 농업 노동력의 제2차, 제3차 산업에의 유출 (이농)과 계절적 출가의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됐다. 지난해 말 일본 농림성이 발표한 1965년의 농업 백서에 의하면 최근 5년 동안에 농가 총수는 39만호가 줄어 5백66만호가 되었고 농업 취업 인구도 같은 기간에 3백만명이 줄었다.
도시에서 반년 동안만 일하면 농촌에 되돌아가더라도 3개월 동안은 「실업 보험」을 받을 수 있다는 사회 보장 제도와 노동 시장의 유동화로 계절적 출가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노동성 집계로는 64년에 60만명, 65년엔 70만명- 해마다 10만명 단위로 늘고 있다고 한다.
농촌에서 도시에의 「유민」과는 역현상으로, 동경에서 근교로 호미 곡괭이를 자가용차에 싣고 농사 지으러 가는 이색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름지어 「통근 농업」-. 수도권 토지의 고도 이용으로 지가가 폭등하자 농지로 쓰던 동경도 내의 금싸라기 땅을 비싸게 팔고 근교의 땅을 헐값으로 사들여 자가용으로 「샐러리맨」처럼 통근하는 것이다. 다같이 농업 생산성의 상대적 저위가 빚어낸 현상이지만, 이농이 비참한 그들을 드리우고 있는 것과는 호대조로 통근 농업은 양기 차다.
「야부사끼」 (팔무기)씨 일가는 동경도의 변두리 강호 천구의 수전 3단보를 처리하고 근교인 천엽현에 수전 5단보와 연전 3단보를 천만원으로 사들였다. 강호천 구내의 수전 3단보라면 현 시가로 약 3천만원-. 2천만원 가량이 뜨게 된다. 장남일낭 (25)씨는 『땅을 나눠달라고 조르는 사람이 많고 또 도내는 농사짓기 불편하게 환경이 달라져서 대대로 몰려 받아 온 땅을 처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랑씨는 호미며 자루 비료 등을 산뜻한 연수용 자가용차에 실으며 l5「킬로미터」나 떨어진 노무처 (천엽현 행덕의 땅)에 나서기에 바빴다. 16년간을 도시 농업을 살펴온 강동 지구 농업 개량 진급소의 기사 근등무웅 (39)씨는 『요컨대 땅값이 올라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땅을 팔고 은행에 예금하여 금리를 뜯는 것이 농작물을 애써 짓는 것 보다 수익이 낫다는 예도 있다』고 했다. 매각한 토지 대금으로 「개설린·스탠드」, 목욕탕, 건재점, 수영장 (겨울은 롤러·스케이트장), 자동차 교습소 경영으로 전업하는 도시 농가도 속출하고 있다한다.
근등 기사는 『이른바 통근 농업 현상은 확실히 도시 농업의 최근의 한 경향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러면 그런 농가가 얼마나 되느냐고 집계될 만큼 일반화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경의 농지는 도 당국 집계에 의하면 1950년에 6만4천「헥타르」였던 것이 65년엔 2만6천「헥타르」로 격감했다. 같은 농업 개량 진급소의 정전정일 기사는 『통근 농업이라지만 역시 교통난 등으로 도내에선 집약적인 농사, 도외에선 조방적인 농사를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근 농업이 다시 발전한 형태로 손이 바쁠 때는 시외 전화로 이웃 사람에게 경작을 부탁하는 「전화 농업」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 경우 특수한 작업은 하루 2천원, 밭갈이·잡초 뜯기 등 일반적인 작업은 하루 1천2백원이라고-. <강범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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