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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공격, 국산차 방어 … 소비자는 웃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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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내수부진 속 수입차 약진’.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을 요약한 결과다. 자동차 내수 시장은 올해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올해 자동차 내수시장 규모가 140만대 선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보다 5.1%가량 줄어든 수치다. 내수 규모가 줄어든 것은 2008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업계 1위인 현대자동차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내수에서 판 차는 60만4671대가량. 지난해 같은 기간(62만5071대)보다 3.3%가 줄었다. 그나마 정부가 지난 9월부터 자동차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인하해준 덕에 최악의 실적은 면했다. 차종·차급별로 희비가 갈렸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팔린 경차는 18만7000여 대로 지난해보다 12.1% 증가했다. 하이브리드차도 2만7000대가량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85.4%의 판매량 증가를 맛봤다.

부진한 내수는 해외 매출이 대신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수출한 자동차는 총 320만 대. 자동차부품을 포함한 수출액은 718억 달러(약 77조원) 규모로 사상 최대치다.

수입차 업체들은 호성적을 거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9만715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7% 증가했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달에는 월간 단위로 사상 최고치인 1만2470대가 팔렸다. 특히 올 들어 팔린 수입차 중 49.8%(5만9833대)가 2000cc 이하의 차량이다. 본격적인 수입차 대중화 시대다.

수입차 업계 내부에서도 희비가 갈렸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폴크스바겐 같은 독일 브랜드들이 강세였다. 올 들어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 중 64.9%가 독일차였다. 반면 일본차(17.6%)와 미국차(7.4%)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수입차와 국산차 간의 피 말리는 영토 싸움은 내년에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침체로 내년 자동차 내수시장 규모는 올해와 비슷한 140만 대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수입차 업계는 올해보다 판매량을 13.6%가량 늘려 ‘15만 대 판매’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는 말이 있듯이 국산차 업체들도 수입차를 겨냥해 선제 방어에 나섰다.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인 준대형 ‘더 뉴 K7’을 공개했다. ‘더 뉴 K7’은 차량 외부 카메라로 주변 상황을 살필 수 있는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 사각지대의 차량을 감지해 주는 ‘후측방 경보시스템’ 등을 달며 사양을 대폭 강화했다. 값은 모델에 따라 3040만~4220만원으로 기존 K7보다 90만~300만원가량만 올리며 동급의 수입차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현대차도 수입차와 정면승부를 준비 중이다. 국산 준대형 차량의 자존심 격인 그랜저의 2013년형 모델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동결하거나, 일부는 낮추는 강수를 둔 것이다. 한국GM은 내년 초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트랙스’를 출시하고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기로 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최근 판매 호조를 기록 중인 뉴 SM5 플래티넘을 앞세워 올해의 부진을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국산 자동차 브랜드들이 중형급 이상 차종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안 수입차들은 소형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중이다. 독일 BMW가 지난달 후륜구동 방식의 소형차인 1시리즈를 국내에 출시한 데 이어 독일 폴크스바겐도 최근 소형차 더 비틀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보강했다. 프랑스 푸조도 새로워진 208모델 등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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