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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교사 학생 벽장에 숨기고 몸으로 범인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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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악마가 다녀갔다.”

 뉴타운 샌디 훅 초등학교 참사 후 대니얼 맬로이 코네티컷 주지사가 내뱉은 탄식이다. 14일(현지시간) 오전 9시30분부터 불과 10여 분 사이 6~7세 초등학생 20명과 6명의 교직원이 쓰러졌다. 하지만 목숨을 건 교직원들의 용감한 대응으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뉴타운 현장 취재와 미국 언론 보도를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초등학교 총기 난사 참사가 벌어진 미국 코네티컷주 뉴타운에서 15일(현지시간) 추모식에 참석한 어린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뉴타운 AP=연합뉴스]

 # “와장창.” 오전 9시30분 정문이 잠기자 애덤 랜자(20)는 창문을 깨고 건물 안으로 난입했다. 방탄조끼와 마스크를 쓴 랜자는 입구 왼쪽 유치원과 1학년 교실 문을 열고 부시마스터 223구경 소총을 쏘기 시작했다. 맞은편 방에서 회의 중이던 돈 헉스프렁 교장과 메리 셜라크 심리상담사는 반사적으로 복도로 뛰어나갔다. 위기상황을 직감한 두 사람은 소총을 빼앗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랜자의 총에 쓰러졌다. 셜라크는 은퇴를 보름 앞두고 자신이 사랑했던 학교에서 생을 마감했다.

 # 1학년 담임 빅토리아 소토(27)는 총격소리에 깜짝 놀랐다. 재빨리 학생들을 벽장 안으로 대피시켰다. 막 벽장 문을 닫는 순간 랜자가 교실로 들어왔다. 그가 벽장 쪽으로 접근하려 하자 소토는 몸으로 막아섰다. 소토에게 총격을 가한 뒤 바로 다음 교실로 갔다.

 # 사서인 메리 앤 제이컵은 총소리를 듣자마자 도서관에 있던 4학년 학생 18명에게 “대피훈련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술용품이 보관된 창고로 대피시켰다. 문을 잠그고, 철제 캐비닛을 쌓았다. 아이들은 제이컵의 불안한 표정을 읽고 무슨 일이 벌어졌느냐고 물었지만, 제이컵은 아이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나눠줘 그림을 그리게 했다. 제이컵과 아이들은 사건 발생 한 시간 만에 구출됐다.

 # 1학년 담임 케이틀린 로이그는 총성이 들리자 어린이 15명을 데리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칭얼대는 아이들에게 “걱정 마. 행복한 크리스마스와 하누카(유대인의 봉헌절)를 보낼 수 있을 거야”라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총격이 멈추지 않고 이제 끝이라는 생각이 든 순간, 로이그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선생님은 너희 모두를 사랑한단다.” 그는 구출된 뒤 “아이들이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으로 듣는 것이 총소리가 아닌 사랑이길 원했다”고 회상했다.

 # 랜자는 1학년 교실 두 곳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작심한 듯 확인사살까지 했다. 부검의 웨인 카버 박사는 “희생자들은 모두 2발 이상 총격을 당했고 심지어 11발을 맞은 학생도 있었다” 고 말했다. 100여 발을 쏘아댄 랜자는 9시38분쯤 갑자기 총격을 멈췄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자 랜자는 체념한 듯 복도에서 자신에게 총을 쏴 목숨을 끊었다.

 # 1998년 뉴타운으로 이사 온 랜자는 9학년까지는 우등생 클럽에 들었을 정도로 학업성적이 좋았다. 그러나 발달장애와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대인관계를 극도로 기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격적·정서적 장애도 큰 문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랜자가 다녔던 뉴타운고교 보안 책임자였던 리처드 노비아는 “랜자는 육체적·신체적 고통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 고 말했다.

정경민.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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