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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길 타고 「사기」탈출|억대 먹은 형제일가… 출국의 전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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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브라질」 「파라구아이」 등 남미이민의 길을 타고 거액의 사기·횡령범들이 탈출을 하고 있다. 지난번에는 거액의 외화를 갖추어 이민의 길을 떠나려다 출국 직전에 잡혔는가 하면 아주 지능적으로 남의 돈을 사기하고 이민으로 띠나버린 경우가 많았다. 이민에도 오랜 시일에 걸쳐 계획적으로 흉계를 꾸민 나사점 형제가 양복지 1억2천만원 어치를 사기해 먹고 온 가족들과 함께 「파라구아이」로 이민으로 떠나버렸는데 피해자들은 이들이 사기한 그 많은 돈(전부 또는 일부)을 어떻게 외화로 바꾸어 가지고 탈출할 수 있었는가를 의아해하면서 이민의 필은 범죄자들의 탈출로 인가하는 원성이 높다.
이번에 또 물의를 일으킨 1억2천만 어치 양복지 사기수법과 도피 경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6일 저녁6시 3대의 새 나라 「택시」가 서울을 빠져나갔다. 이 「택시」에 탄 10명의 이원종씨(10·중구 산림동54)가족들은 17일 안도의 숨을 내어 쉬며 부산에 내려 「파라구아이」행 「보이·시맨」호에 몸을 담았다. 이것은 20일, 한국의 이민정책에 반성을 촉구한 희대의 사기단들이 해외 도피하게 된 시발점이었다.
1억2천여 만원이란 막대한 금액의 양복지를 1월20일 이후에 유효한 연수표(부도수표)로 사들인 후 비밀리에 팔아먹은 이원종씨의 동생 주범 이인종(35)씨는 이미 지난14일 김포공항에서 NWA기 편으로 미국에 떠난 후의 일이다.
이씨가 떠나버린 후 그가 경영해온 동대문 시장 안 명보 나사(B2호)에는 박용하(50·서울 팔파동 1가91)씨 등 50여명의 피해자들이 몰려들었으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였다. 『이민이 선량한 상인을 때려잡았다.』고 땅을 쳤으나 속수무책-.
피해자들은 구정 대목을 정확히 계산에 넣은 연수표의 날짜와 이민 날짜에 혀를 내둘렀다.
형 이원종씨는 모 대학 경제과를 출신, 아우 이인종씨 역시 대학 영어과 출신으로 모두 영어에 능통하다. 이들 형제는 13년 전 아버지가 적수공권으로 세운 나사점 경영에만 열중할 뿐 취직할 꿈도 꾸지 않았다.
최근 이 나사점은 3천만원의 자본금을 토대로 날로 번창. 전국의 피복계는 이들 형제를 절대신임, 연수표가 통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이들 형제는 지나온 7년 동안 신용 제일주의를 「모토」로 삼아왔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렇게 어느 피해자는 중얼거렸다. 이들 형제가 이처럼 두터운 신용을 얻으려 노력한 목적은 외국으로 튀려는 지능적이고 치밀한 계획의 일환이었다. 작년 10월 초순 이들의 막내 동생 건종(꾜·모 대학 서반아어과 졸업)씨는 국비 장학생으로(?) 「스페인」에 날았다.
또한 작년 10월25일 이들 형제는 외무부에 전 가족의 여권을 신청. 목적은 이민이지만 명목은 「파라구아이」수도 「아순셔」소재 「파·한 협회」회장 「L·R·히메네스」씨의 초청 「케이스」라고 했다.
하지만 이 여권은 금년 1월9일에야 나왔다. 이들이 전국각지에서 양복지를 사들인 것은 작년 9월 초순부터 이들이 7년간 얻어놓은 신용이 주효했다.
불과 10일 사이에 이들은 1억2천여만원을 휴지조각(연수표)으로 사기하는데 성공, 명보나사 건물주 이·박모(42)씨에게 2할 이자로 1백만원을 빈 채, 피해자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새나라 「택시」3대를 대필, 감쪽같이 이 땅을 벗어났다.
이런 사태에 대해 서울 종로구 예지동 중앙여관에 모인 50여 피해자들은 피해자 중의 한사람인 이해종(39)씨가 18일 밤 9시 자가용 「지프」에 「트레일러」를 달고 명보 나사에 가서 남은 물건을 모두 싣고 잠적한 사실을 알고 아연실색. 이미 경찰의 수사범위를 벗어난 줄 안 피해자들은 당국에 호소했으나 묘안은 없는 것 같다.
이들 4형제 중 세째로 아직 남아있는 이의종(31·서울 을지로 입구 「아카데미」나사점 경영)씨는 『도의적 책임은 느끼나 아는바 없다』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종씨 역시 「파라구아이」행 여권이 나와있다는 것이다.
외무부 당국자의 말=이민선이 금명간 「홍콩」을 경유하여 이틀 동안 정박하게 될 것 같다. 만일 「보사부」 측에서 범인 압송에 관해 외무부에 정식으로 요청해 오면 외무부로서도 즉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이 요청이 있으면 외무부는 「홍콩」에 있는 우리 총영사관에 범인 압송에 관한 훈령을 내려, 총영사관이 「홍콩」정청에 의뢰하여 정청 사법경찰관이 정박중인 범인의 여권을 압수하여 총영사관에 넘기고 정청은 이 범인들을 추방하게 할 수 있다.
추방 결정이 내리면 이 범인을 우리의 영사 손에 의해 본국까지 압송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파라구아이」국이 내륙국이기 때문에 「아르헨티나」국의 항구에 상류, 육로로 목적지에 가게되므로 「아르헨티나」국에 대해서도 범인상륙과 동시에 이와 똑같은 조치를 의뢰할 수 있다.
보사부 이종률 이민과장의 말=외무부에 유권적 해석을 요청했던 바 사건이 소송화 되어 경찰이나 검찰에서 외무부에 공식송환을 요청하는 경우 외무부는 현지공관에 지시, 관계정부에 협력을 요청, 억류 송환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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