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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담도 헐린다|뻗는 서울…사적을 희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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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복궁 담이 헐린다. 이조 5백년의 영쇠를 묻고 망국의 설움을 지켜온 경복궁의 담이 헐린다. 『날로 번창해 가는 수도 서울의 발달을 위해서 헐려야 한다』는 경복궁의 돌담은 사적 117호로 지정돼 있는 고적. 서울시는 길 폭을 넓히기 위해 이 돌담을 헐고 경복궁 대지까지도 길로 써야 되겠다고 계획을 세워 20일 이미 그 측량에 나서고 있다. 「조국의 근대화」를 위해서인가? 고적은 날로 허물어져 가고 있다.
서울시의 도로 확장 계획에 따라 경복궁 담 2백70「미터」를 헐고 1천2백평의 경복궁 대지가 도로로 편입되게 되자 20일 김상기 문화재 위원장은 『이렇게 고적을 훼손하는 행위는 외국에서도 볼 수 없는 일이다』고 지적, 곧 문화재 위원회를 소집,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덕수궁 담을 헐어 말썽을 일으킨 일이 있는 서울시는 사전에 문교부의 동의를 얻게되어 있는 문화재 보호법 (9조 및 20조1항5호)에 의한 사전동의도 없이 공사비 1천8백만원, 보상금 6백만원 도합 2천4백만원으로 경복궁 담의 뒤쪽 2백70「미터」를 헐기로 계획을 세워 오는 3월부터 착공할 방침이다.
이 길은 현재 광화문이 있는 곳으로부터 국무총리 공관 앞과 청와대 앞을 돌아 효자동에 이르도록 되어 있는데 폭을 현재의 9「미터」에서 25「미터」로 학장하기 위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가 보상금 6백만원을 도로에 편입되는 일반 대지 소유자에게만 지급하고 문화재 관리국에는 한푼도 주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시 당국은 20일부터 이 지역의 측량에 착수하면서 『가급적 궁내의 유적은 보존할 계획이나 계획선 안에 있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실무 당국자는 오는 3월께 돌담을 헐고 공사에 착수-11월께에 끝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석호 (역사학자)씨의 말=경복궁은 이씨 조선 천도 이후 최초의 궁궐이다. 이 경복궁이 임진왜란 때 일본인에 의해 불탔을 때 이 담도 무너졌었다. 그러나 대원군에 의해 경복궁은 다시 세워지고 담도 원상을 갖춘 이후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다.
지금의 중앙청 자리에도 담이 있었지만 건물을 세울 때 일본인에 의해 철거된 것인데 앞서 덕수궁 담도 헐어 말썽을 일으킨 당국은 일본인이 헐었다가 우리 선조가 다시 세운 담을 굳이 헐어야 되는가는 신중히 생각해야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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