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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의 시위|한-월 경제각료회담의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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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이공=김영희 특파원】한-월 경제각료회담이 11일부터 닷새동안「사이공」서 열린다. 지난11월「키」수상의 한국방문 때 장기영 경제기획원장관과「톤」월남경제재무장관은 제1차 한-월 경제각료회담을 갖고「한-월 경제인협회」의 설립, 월남무역대표의 서울 상주, 월남으로부터의 고철수입, 건설업자의 월남진출 등 두 나라의 경제협력에 관해 대체적인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월남이 자체의 보유 불로써 외국상품을 들여 올 능력은 연간 많아야 7천 내지8천만「달러」에 불과하고 실제로 한국이 월남에 수출하는 상품은 대부분이 AID자금에 의한 구매라는 현실은 한국과 월남의 이른바 경제협력이라는 것에 한계를 긋고 따라서 한-월 경제각료회담의 실질적인 성격자체를 그 명칭이 주는 인상과는 훨씬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것은 AID자금에 의한 한국물자나 용역의 대월 수출은 월남정부보다는 「워싱턴」쪽에 사실상의 결정권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월 경제각료회담은 한국에 어떤 단기적인 상품의 판로를 열어 준다기보다는 월남 파병으로 유대가 강화된 한국과 월남이 이만큼 경제협력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가능한 「호의」와 협력을 바란다는 뜻을 AID측에 행동으로 과시하고 월남에 대해서는 혹시 미국이 월남 땅에서 한국에 특혜에 가까운「호의」를 보이더라도 반발하지 말고 양해하라는 우호적인「무드」조성에 사실상의 의의가 있는 것이다 하겠다.
현재 한국이 월남에 수출할 수 있는 상품으로서는 철강재,「시멘트」,「타이어」, 어선 「엔진」, 농기구,「알루미늄」제품, 의약품, 판유리 등. 66연도의 한국의 대월 수출목표액 3천만「달러」중 2천만 내지 2천5백만「달러」라는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아연도 철판(CISHEET)에서 RMK건설회사가 맡은 건설공사에 대한 한국기술자초청, 한국 의무반 진출, 어선「엔진」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미국의 재정지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국은 대월 수출진흥을 계획함에 있어서 일본이 한국동란 때 횡재를 한 것과는 다른 사정을 고려했어야만 했다. 한국동란 때만 해도 금 보유고에 자신이 있던 미국은 한국에 대한 군사 및 경제원조에 의한 물자구매에 있어서 지역제한을 두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대일 구매를 적극 장려했다. 그러나 월남의 전선을 맡은 미국은 안으로「달러」방위의 급선무를 안고「바이·아메리칸」정책의 고삐를 좀처럼 늦추려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월남전의 확대와 미군증강은 불황을 맞기 시작하던 미국경제에 최상의 돌파구를 마련해 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미 해군이 주관하는 3억「달러」라는 대규모의 건설공사가 RMK·BRJ라는 미국의4개 건설업자의 손에 독점되어 한국의 일부신문들이 월남에 있어서의 건설공사의「무자비한 독점」을 비난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관측에 의하면 희망을 버리고 비난만 하기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애당초 한국의 유력한 건설업자는 RMK·BRJ로부터 건설사업일부를 하청 받으려다가「홍콩」업자와 경합이 붙어 실패하고 말았다. 한국이 건설공사의 경쟁에서「홍콩」이나 그 밖의 외국업자들보다 입찰가격을 다소 높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자체의 장비를 못쓰고 일본에서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해군이나 RMK·BRJ측은 공사완료일자가 촉박한 관계도 있고 하여 한국기술자 약3천명의 초빙이외에 항만건설공사와「파일·드라이빙」(부두에 말뚝 박는 일)의 일부를 한국업자에게 맡기겠다고「호의」를 보이고 있다.
결국 제2차 한-월 경제각료회담도 이러한 한·미·월의 삼각관계를 배경으로 상호입장의 이해와 협조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한국의 주월 경제협조 단의 김좌겸 단장에 의하면AID자금에 의한 한국 의무반 85명과 RMK·BRJ공사에 채용될 기술자2, 3천명을 초빙하는데도 월남 노동 상이 전적으로 양해를 한 것은 두 나라의 경제적인 협조「무드」의 실례로 해석된다. 김좌겸 단장은 앞으로 50만「달러」규모의「가스」, 2백만「달러」의「엔진」, 50만「달러」의 기계류와 그밖에 제빙, 세탁, 사진현상, 2백만「달러」의「유솜」건물신축 등 상품과 기술자·용역의 판로가 열려 있는데 자금은 미국 측에서 부담하더라도 월남 측의 협조가 필요 불가결하다는 점으로 경제각료회담의「할일」을 염두에 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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