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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화야랑, 나의 밀어-김진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어른들, 시시하다. 접때 울 엄마는 당선전보 왔는데도 그런 사람 없다고 돌려보냈단다. 우리 꼬마 화야는 방학숙제 하다말고 얼른 뛰어나갔지만 이미 전보 아저씨는 보이지 않더란다.
울 아버지는 지금 대학병원에 입원하고 계시는데 몹시 신음하시는 게 우스워 화야는 그게 진짜가 아니란다.
다 큰 제형 호야도 겹쳐 대장수술 하는데 아프다고 뒹구는 게 엄살이란다. 사실 화야가 맹장수술 할때엔 한마디 아프다는 소리 없었지, 어른들 모두 모두 시시하다.
그럼 화야, 난 어때? 화야가 피식 웃는다. 이 불가사의의 집안 독재자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을게다. 「이데올로기」와 순수와 울분, 때로는 소녀 이상의 「센티」를 한데 말아 매일 꿍꿍대는 이 불가사의를 화야는 피식 웃음으로 답해왔다. 아무래도 난 이제 화야 랑 단 둘이 키키키 웃을 수밖에 없다. 이번 것은 화야 앞에 스스로의 확인이다. 확인을 재확인해주신 심사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57연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출발, 꼭 10년만에 다시 이 「아픔」을 겪을 때 다음 한마디 비명을 듣는다. 여건만 좋다면 「어른이 읽는 동화」의 대로로 치달려야겠다는 야망이다. 그러기만 한다면 어른들은 이제 더러는 시시하지 않을 것 같다.

<약력>▲1935년 진주태생 ▲서울대 문리대 졸 ▲중·고·대 교편생활 ▲57년도 「조선일보」동화가작입선 ▲현재 「자유센터」연구원 ▲주소=서울 마포구 현석동39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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