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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느냐…기느냐… 66년의 경제 좌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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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제1차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끝맺음하고「한·일 경제의 문호가 개방」되고, 지난해에 이어 「현실화 정책을 정비하고 전진시키는 해」-이것이 병오 경제의 3대 시책 과제로 부각된다. 끝없이 유동하는 경제 생리이긴 하지만 너무도 뚜렷하게 예견되는 그와 같은 기간시책은 다시 수많은 소 산맥으로 분화되어 우리 삶의 표면 신경을 자극하고 미래의 도정을 반사케 한다. 경제학 그 자체는 「우울한 학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라의 경제 시책은 「우울증을 타개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새아침을 맞을 때마다 정부는 많은 실천 공약을 내세우고 기대를 부풀게 하지만 일일이 그것을 따지기에 앞서 눈앞에 펼쳐진 기간 과제들이 어떻게 누벼지며 그 「우울증」을 얼마큼 씻어낼 수 있을 것인지? 병오 경제 시책의 「좌표」를 찾아 그 성격을 새겨본다. <경제부>

<물가 현실화 정책>명제는 「생산 증가와 소비자 보호」|이율 배반의 준령
현실화 시책으로 소용돌이 친 을사 경제- 그 현실화 시책이 새해에는 어떻게 발전, 정비, 확대될 것인가는 여전히 큰 관심사로 이월된 숙제이다.
우리의 경제 생활에서 「현실화」 그것이 지니고 있는 뜻과 내용은 깊고도 넓다. 그리고 너무도 무거운 「이슈」이기도 하다. 즉 현실화의 의의가 각 시책의 특성에 따라 자유화, 정상화, 원칙화, 합리화로 연결 해석된다.
정부는 병오년의 시책 역점을 「물가 현실화」에 둔다고 했다. 그 시책을 유도하는 기준설정을 「국내 물가와 국제 시세와의 평준화」에 있음을 밝혔다.
물가의 현실화- 그것은 경제 시책의 일측면이 아니고 모든 「현실화 시책의 총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기왕의 금리, 환율의 현실화 조치도 가격 「메카니즘」의 한 분업 계열인 동시 물가 현실화의 선행 과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물가 현실화라는 명제는 나선 작용으로 얽혀 있는 경제 내적 구조와 경제 외적인 환경의 안정-정화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가격의 「바로미터」 기능』을 통하여 사회의 총 수급의 균형 시책을 인도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산 수단이 완전 경쟁 상태인 나라에서라면 가격 현실화는 방임 정책으로서도 자동적 조절 기능을 기대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저개발국이 겪고 있듯이 「과소 생산과 과잉소비 (상대적)의 불균형」하에서 「생산 육성과 소비자 보호」라는 이율 배반적인 시책 이념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데서 더욱 어려운 문제가 가로놓인다.
65년도의 전국 도매 물가 상승률이 목표였던 10%선 이내에서 억제, 근년에 보기 드문 안정화 경향을 나타내었다하여 표면상으로는 이른바 물가 현실화를 주창할만한 희망적 전조가 비치고 있음을 속단했으리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가격 「메카니즘」을 현실화하기엔 아직도 부조리한 요소가 많다.
즉 가격 통제가 거의 해제되었다 그는 하지만 아직도 직접 간접의 고압적 행정 의사로 억눌린 비현실적 가격 형성 요소가 많아 그것이 언제나 상승에의 저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 둘째 독·과점 상품이 활개치는 현실이며 시장이 좁은 경제권에서는 언제나 「세일러즈·마케트」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며 세째 산업 구조의 후진성 때문에 계절적인 물가 평준화를 기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 네째 정부가 공공 요율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한편 정부 관할 기업이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어 물가 구조에 관제화 요소기 짙다는 사실 등등-.
이것이 현실화를 가로막는 장벽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물가 형성에 있어 관제 의사의 비중이 크게 작용함으로써 가격의 억제, 평준화를 기하는 편법으로 이용될 수는 있겠으나 그런 경우의 현실화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이고 의제적인 것에 불과할 것이다.
물가가 경제 작용을 집약 반사하는 「바로미터」라고 하지만 현대 경제사조의 시책 의향은 가격보다 소득에 주고 있다. 오히려 가격은 소득 향상의 수단일 경우가 많다.
산업·재정·금융 등 제 시책에 대한 「수단의 평가」는 물가에서 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과의 평가」는 경제 성장률 내지 소득에서 구해야 될 것이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인 시책 역점을 물가의 안정 현실화를 넘어 물가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임금 현실화」가 고조되지 못함이 딱한 일이라 하겠다.
정부는 66년도에 세제의 전면 개편. 금리의 재조정, 통화 안정 증권 발행, 정부 보유주의 공책, 67년도 총선에 대비하는 시책 모색, 공공 요율의 인상 조정 1차 5개년 계획의 완결…그리고 대외적으로는 한·일 경제 교류의 물결, 아주 개발 은행 발족, IMF등 국제 금융 기관과의 유대 강화….
이렇듯 산적한 과업들을 운영, 처리하면서 넓혀지는 국제 교류권의 한 「단위」로서 현실화의 좌표를 어떻게 펼쳐 나갈 것인지?

<5개년 계획의 시말>계수나열은 금물|1차의 실패는 2차의 어머니
1차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의 추수와 2차 5개년 계획을 씨뿌리는 병오년.
「시작이 반」이라던 1차 5개년 계획은 그 시발점에서부터 계획과 실적의 「갭」이 컸었기에 이의 종결 연도에 그 「갭」을 만회하는 기적이 없는 한 「계획의 반」을 다소 상회하는 수준에서 수확이 끝날 공산이 크다.
62년에 시발될 1차 5개년 계획의 중간 평가는 GNP 평균 성장률이 6·6%로 계획 기간중의 6·5%보다 상회했다지만 GNP에 대한 총 투자율은 22·4%의 계획 대 15·9%의 실적, 국내 저축율은 7·1% 대 5·5%, 해외 저축율은 15·3% 대 10·4%로 계획 대 실적간의 현격한 미급율을 나타냈고 사회 간접 자본 확충 면에도 객차 도입을 제외한 철도·도로 및 항만·통신 등 각 분야에서도 실적이 저조했었다.
그러나 1억불대를 넘어선 수출 진흥·시멘트·비료·전력 등 기간 산업의 현저한 발전을 들 수도 있지만….
이러한 1차 5개년 계획의 차질은 최종 연도에 어느 정도로 「커버」할지 의심스러우나 올해로써 1차 5개년 계획은 종결을 지어야 한다. 그러나 이 미완성 계획을 발판으로 한 제2차 5개년 계획이 병오년에는 잉태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1차 5개년 계획의 실패 요인을 ▲민간 기업의 계획 참여 결여 ▲공공·민간 양부문의 탄력성 희박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발전 미급 ▲계획 집행상의 무 지침 등으로 진단, 이 계획의 성장 면에 영양 실조가 불가피했었다고 인정한다.
이 같은 1차 계획 진단은 2차 계획의 건실한 잉태와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2차 계획의 순산을 위해 ▲물가 안정 ▲수출 증진과 국제 수지 개선 ▲내자 동원 ▲농업 생산 ▲기간 산업의 확충과 외자 도입 ▲사회 간접 자본의 확충 ▲과학 기술의 발전 등에 걸쳐 광범위하고도 적확한 처방을 가기 해야 한다.
1차 5개년 계획 기간 3년 (62년∼64년)간에 78%나 상승한 물가 상승률, 수출이 늘었다지만 3배의 입초에 이르는 국제 수지 불균형과 수출 상품의 1차 산품 비중 과대, 낮은 투자율·식량 부족·제철·기계 및 중화 공장 건설의 지연, 높은 인구 증가율과 실업률 등….
1차 5개년 계획이 그러했듯이 지나친 의욕에 치우쳐 화려하고 비현실적인 계수나열로 탁상 공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의욕 과대증은 1차 5개년 계획의 종결과 더불어 깊이 묻어버려야 한다. 새해에 꾸며질 2차 5개년 계획은 국민 생활 향상과 직결된 현실적이고 실리 있는 청사진이어야 한다.

<한일 경제의 정상>「수평 분업」 될지 의심
20년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한·일 통로」에 청색 신호등이 켜졌다.
20년 전에 종결된 식민 경제의 위치에서 한국은 「수직 분업」에서 시작하여 종국적 목표를 「수평 분업」에 둔 일본과의 새로운 경제 협력 관계를 모색할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정치적 이유를 제쳐놓는다면 한·일 관계는 어느 제3국에 비해서도 긴밀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정상화」를 고비로 한 새 국면은 먼저 경제 분야에서 펼쳐진다. 허다한 시비도 이미 지나간 일. 쏟아져 들어올 일본 경제의 「물결」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이를 어떻게 흡수소화 하느냐가 이제부터의 과제다. 을사년의 정치적 매듭이 넘겨준 병오년의 경제적 과제는, 그러나 야심적이면서 더 극복해야할 문젯점이 너무나 많다.
이제까지 은밀히, 그리고 기형적으로 진행되어온 두 나라의 경제 협력 관계는 중공업 중심으로 옮겨간 일본 경제와 수출 및 고용 증대를 노리는 한국 경제가 갖는 상호 보완의 필요성을 바탕으로 「수평 분업의 길」을 찾게 되며, 그것은 사양 산업 도입, 보세 가공 무역의 증가와 개발 수출 문제로 표면화한다. 아울러 거액의 청구권 자금이 물자와 용역의 형태로 쏟아져 들어오고 일본 은행·보험 및 상사 진출이 본격화하며 특허권마저 이에 편승할 전망이다.
이러한 새 양상은 먼저 새해 벽두의 양국 경제계 합동 간담회를 통해 그 방향이 선명하게 부조될 것이며, 잇달아 열릴 무역 회담과 청구권 사용 교섭, 그리고 일본 경제계의 진출 활동으로 윤곽이 뚜렷해질 것이나 정부의 새 입법을 통한 규제 조치의 「심도」가 그 「흐름」을 크게 좌우한다.
그러나 보다 큰 이익을 노려 돌파구를 찾는 일본의 축적된 자본 앞에 노출된 한국 시장은 큰 매력을 지니는 것이며, 그 만큼 일본 경제 진출이 가져올 경제적 재지배의 위험성은 크다.
청구권으로 도입될 물자의 사용 여하론 자칫 우리가 일본의 한낱 소비 시장화 할 우려가 있으며, 개발 수출을 위한 협력은 경제 침략을 재현하고, 특허권의 진출은 막대한 지불 부담과 공업 주도권의 상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 특히 은행·보험 및 상사 진출은 음성적인 일본 자본 유입과 이에 따른 무역을 포함한 경제 활동의 독점, 그리고 시장 지배를 통해 일본의 한국 경제에 대한 발언권을 증대시킨다. 겸하여 양국간의 교역량 증가는 획기적 균형화조치가 병행되지 않는 한역조의 폭을 오히려 확대한다.
정부는 이러한 새 사태에 대응하는 규제 작업을 진행해왔고 일본측과도 일련의 예비적 절충을 거듭했지만, 청구권 자금을 2차 5개년 계획에 맞추어 10년에서 6년으로 앞당겨 사용하기 위한 교섭, 무역 협정에 의한 교역 방안의 구체화, 일본 상사 활동의 규제, 특허권 사용에 관한 개별 협정 및 제반 법규의 정비 등 올해 중에 직면하고 또 해결해야 할 숙제는 아직도 많다. 이 숙제들은 올해 중에 매듭이 지어져야하며, 또 그 성과는 양국의 장기적 경제협조 방향을 판가름하는 뜻도 아울러 지닌다.
협조의 기틀이 잘못 잡혀지고 정부가 출발점에서 기본 조치를 그르칠 때 그 영향은 지속적인 양국 관계의 악순환으로 나타나며 1차 5개년 계획의 종결 및 2차 5개년 계획 준비 작업과 내년으로 다가선 선거에까지 결정적인 효과를 미치게 된다.
따라서 병오년은 한·일 양국의 「우의에 찬 경제 협조」를 형상화하는 「모델·케이스」의 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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