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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트] 스크린의 절반은 여성들 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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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부탁해' (정재은 감독) '피도 눈물도 없이' (류승완 감독) '꽃섬' (송일곤 감독) '나비' (문승욱 감독) 그리고 '아프리카' (신승수 감독) .

퀴즈입니다! 이 영화의 공통점을 찾아보시죠. 아, 참 조금 어렵나요. 정답은 바로 '남자 주연 없이 여자 주연들만 있는 영화' 입니다.

'고양이…' (이요원.배두나 주연) 가 내달 12일 개봉하고 나면 김호정이 로카르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나비' 와 베니스 영화제 진출작 '꽃섬' (서주희.임유진 주연) 이 11월 안에 선보입니다.

전도연.이혜영이 나오는 '피도…' 와 이요원.김민선이 주연한 '아프리카' 도 한창 촬영 중이죠.

소위 여성 영화 붐은 얼마전만 해도 충무로에서 좀처럼 예상치 못한 현상입니다.

임상수 감독이 강수연.진희경 등을 앞세워 '처녀들의 저녁식사' (1998년) 란 작품을 내놓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쏟아지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예전 같으면 남자 주인공 없이 영화를 기획했다면 '영화의 영자도 모르는 놈' 이란 핀잔을 들어야 했겠죠.

그 만큼 많이 바뀐 겁니다. 이 세상 절반의 여성들이 그 절반의 몫을 채워가고 있는 거죠. 영화만 해도 남성 감독이나 제작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여성 일색이었죠. 여성은 수동적이여야 했고 눈물을 흘려야 하는 공식에 충실해야 했으니까요.

이 영화들은 대부분 여성의 정체성을 찾는 진지한 작품들 일색이란 점도 고무적입니다.

여성을 바라보던 과거 시각과는 결별한 채 지금까지 영화에선 아무도 하지 않았던 말들을 영상으로 풀어내고 있는거죠. 특히 페미니즘적인 작품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을 동등하게 바라보는 시선으로 만든 대중영화란 점은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드라마에서 '여인천하' '명성황후' 등에서 여주인공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조폭마누라' 에서 여자가 폭력 행사의주체로 떠오른 요즘입니다. 여성 영화 붐은 이런 현상과 맞물려 상승하는 기운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에서 꽤 인기를 끌고 있는 마케팅 컨설턴터 페이스 팝콘은 "여성이 세상을 움직일 만큼 진화했고 미래를 대표할 것" 이라 말했습니다. 가을 문턱에서 한국 영화의 라인업을 보며 이 조짐이 또렷하고 힘차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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