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 스크린 컴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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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대선에서 국민참여운동본부 공동 본부장을 맡아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당선을 도왔던 문성근(49)씨가 영화에 복귀한다. 오는 4월 크랭크인 예정인 '진술'(제작 씨네와이즈)이 그 무대로, 지난해 3월 '질투는 나의 힘' 이후 1년 만의 컴백이다.

문씨는 12일 영화제작사를 통해 "선거운동 기간에 밝혔던 대로 정치에 참여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앞으로 영화나 방송 출연에만 전념하겠다. 정치 현장에 있었던 문성근은 이제 잊어달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고향에 돌아온 듯한 푸근한 느낌"이란 소회도 덧붙였다.

그는 특히 "너무 오래 연기를 떠나 있었다. 3월까지는 몸을 만들고 연기 감각을 되살리는 데만 온 신경을 기울이겠다"고 영화사 측에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초 문성근씨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언론사로부터 밀려드는 모든 인터뷰를 사양하고 있음을 양해해 달라"고 전제하고 "다만 영화나 방송을 통해 활동을 재개하기로 하고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었다.

이로써 선거의 일등공신이므로 뭔가 한 자리 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예측과 달리 문씨는 본업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셈이다. 그와 함께 '노사모'를 이끌었던 명계남씨 역시 "정치 외도 끝"을 선언하고 이달 초 드라마(MBC '눈사람')를 통해 연기활동을 재개했다.

정치활동에 나서기 직전까지 TV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문씨가 영화를 먼저 복귀 무대로 택한 건 개인적 인연 때문이라고 한다. '진술'이 연우 무대, 극단 차이모 등에서 함께 연극을 했던 박광정씨가 처음 감독으로 데뷔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살인 혐의로 경찰서에 잡혀온 한 40대 대학교수가 자신의 '진술'을 통해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다룬 작품. 하일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여기서 문성근은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동석'으로 출연한다.

영화사에 따르면 '진술'은 2001년 말께 촬영이 시작됐어야 했다. 하지만 국민경선이 시작되고 정치판에 지각변동이 생기면서 계획은 자꾸만 뒤로 미뤄져 왔다. 지난해 12월 말 대선이 끝난 뒤에야 겨우 촬영 일정을 잡았다.

한편 문씨는 최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간단한 소견을 피력했다. 지난해 그는 바쁜 와중에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집으로…''오아시스' 등 세 편의 한국 영화를 봤다고 한다.

문씨는 이 인터뷰에서 요즘의 한국 영화 시장을 "과잉투자로 인한 적자가 발생하는 등 시장논리에 의한 조정국면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조폭.코미디 영화의 범람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언론의 기우'라고 잘라 말했다.

문씨는 주변에서 자신을 '실세'로 보는 때문인지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영화계에선 그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던 진보적 영화세력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해묵은 숙제였던 영화진흥위원회나 등급위원회의 조직정비가 힘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치에는 뜻을 두지 않겠다"는 그의 일관된 코멘트와는 별개로 많은 사람이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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