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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한복-박목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바짓말이 넉넉한
한복을 입고 나면
고향에 돌아온 마음
푸근한 그 여유
절로 음성이 부드러워지고
눈빛이 순해진다
하지만 앞섶을
단정히 여미고 보면
갑자기
환해지는 동정.
온몸의 긴장이
그 곳에 집중되고
등줄기가 곧아지는
위엄이 서린다.
실로
환하고 엄전한 동정을 달고
사나이는 사나이다운 구실을 하고
관후하면서도
단정한 인품이 빚어지나 부다.
실로
환하고 조붓한 동정을 달고
아낙네는 아낙네답게
펄렁거리는 치마 자락을 걷어 들여
알차고 정숙한 여인이 되나부다.
광대뼈가 불거진
소박한 얼굴 바탕과
굵고 든든한 목언저리에
턱이 둥글고
통통하면서도 갸름한
목언저리에
환하게 빛나는 동정,
이가 물린,
밝고도 엄한 아름다움이여.
우리 정서의 진수,
차고도 밝은
연꽃의 윤락이여.
사나이는 사나이답게
널찍하고 엄전한 동정을 달고
그 아낙네는 아낙네답게
조붓하고 정결한 동정을 달고
부모를 모시고
이웃을 사귀고
어린것을 기르며
나들이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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