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업그레이드] 떨고 있는 아이들 … 교실은 6.5℃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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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2시 수업 중인 서울 광진구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학생들 대부분이 추위 탓에 점퍼나 외투를 겹쳐 입고 있다. 몇몇 학생은 무릎에 담요를 덮고 있다. [오종택 기자]

수은주가 영하 11.8도까지 떨어진 10일, 서울 은평구 A고교 학생들은 하루 종일 추위에 떨고 있었다. 1층 1학년 교실에 들어가 보니 학생들이 가운데 쪽으로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었다. 김모군은 “창가와 복도 쪽이 너무 추워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며 “안쪽에 앉은 친구가 화장실을 간다고 하면 우르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교실 천장의 난방기에선 따뜻한 바람이 내려왔지만 이 학급 학생 34명은 모두 두툼한 점퍼나 코트를 껴입고 있었다. 손이 곱아 털장갑을 끼고 필기하는 학생도 많았다. 학교 동의를 얻어 온도계로 교실 온도를 측정해 봤다. 난방기에 가장 가까운 교실 중앙은 영상 13.7도, 창가 주변은 9.2도, 복도 창가 쪽은 6.5도가 찍혔다. 정부의 겨울철 실내 적정온도(영상 18~20도)보다 훨씬 낮았다.

 화장실에 가 보니 구석에서 온풍기 한 대가 가동 중이었지만 실내에 냉기가 가득했다. 세면대 수도는 동파돼 물이 나오지 않았다. 학교가 이렇게 추운 이유는 뭘까. 이 학교 교장은 “하루 종일 난방을 돌려도 40년이 넘은 낡은 철제 창틀로 열이 새 나간다”고 답했다.

 지난달 30일 기자가 찾은 인근 B중도 다르지 않았다. 오후 1시에도 목도리나 담요를 두른 학생이 많았다. 교실 한가운데도 영상 15도에 불과했다. 창가에 앉은 3학년 김모양은 “발이 너무 시려 스타킹 위에 양말을 덧신는다”고 말했다. 수십 년 된 낡은 창틀은 뒤틀린 곳이 많아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강추위에 학생들이 학교에서 떨고 있다. 난방을 해도 교실이 데워지지 않아 학생들은 고통을 호소한다. 이재림 한국교원대 교수는 “학교 에너지 사용량이 공공기관이나 기업체 건물보다 적지 않은데도 교실 구조상 열손실이 많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진일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오래된 학교는 벽·지붕의 단열, 창호의 성능이 요즘 지은 학교보다 훨씬 뒤떨어진다”며 “난방을 해도 창가나 벽에서 빼앗기는 열이 많아 그 자리에 앉은 학생들은 손발이 시리다”고 말했다.

 30여 년 이상 된 교실에선 실제로 위치에 따라 온도 차가 컸다. 기자가 중·고교 5곳을 재어 보니 교실 한가운데와 복도·운동장 쪽 자리는 2~7도 차이가 났다. 서울 광진구 C중의 교실 가운데는 20.3도, 복도 쪽은 14.1도였다. 학생들이 너나없이 따뜻한 위치를 원해 이 학급은 추첨으로 자리를 정한다. 이 학교 교감은 “강화플라스틱 이중창을 설치하면 난방비도 절약되고 추위도 덜할 텐데 안타깝다”고 했다.

 2000년대 이후 학교에 보급된 천장형 냉난방기가 겨울철엔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운 공기는 위로, 찬 공기는 아래로’ 움직이기 마련인 ‘대류의 원리’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난방기에서 나온 뜨거운 바람이 위로 올라가 교실을 구석구석 데우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에겐 담요와 수면양말이 필수품이 됐다. 서울 금천구 E고 학생 열 중 아홉 명은 담요를 교실에 두고 다닌다. 학생들이 직접 3000~2만원을 주고 샀다. 2학년 박모양은 “추운 복도에 나가기 싫어 화장실 가는 것도 가급적 참고 있다”고 말했다.

 시설 개선 예산이 없어 학생들의 고통은 겨우내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시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7조3689억원) 중 노후환경 개선비, 급식설비 개선비는 올해보다 57.2% 줄어든 3108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낡은 창호나 화장실 등의 환경개선비는 68.2%가 줄고, 냉·난방설비 예산은 아예 빠져 있었다. 이경균 시교육청 공보관은 “인건비 상승과 교육복지 예산 확대로 시설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천인성·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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