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임진모씨 '세계를 흔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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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반이란 바로 그 자체가 시대정신입니다. 아무리 장르가 다르고, 소리가 달라도 시대가 요구하는 소리, 시대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낸 것이 바로 명반이죠."

최근 '세계를 흔든 대중음악의 명반'이란 저서를 펴낸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씨의 설명이다. '음반으로 본 서구 대중음악의 역사'란 부제는 그가 무엇을 의도하고 이 책을 썼는지 잘 보여준다. 한 장 한 장 명반으로 꼽은 앨범의 리스트와 이에 대한 해설을 따라가다 보면 서구 대중음악 흐름의 줄기가 어렴풋이 잡히는듯하다.

첫째, 음반을 보자. 엘비스 프레슬리의 골든 레코즈(Elvis' Golden Records)가 '목소리로 흑백을 결합한 로큰롤 제왕의 빛나는 궤적'이란 제목으로 선정돼 있다. 이는 1958년 음반이다. 이 책에서 1백16번째 명반이면서 마지막 음반으로 선정된 것은 에미넴의 '마셜 매더스 LP'다. 그는 '에미넴 현상'을 '벼락 스타덤에 오른 백인 래퍼의 무차별 손가락질'로 요약했다.

임씨는 이미 94년에 '시대를 빛낸 정상의 앨범'을 펴낸 적이 있다. '세계를 흔든…'은 컨셉트나 내용에서나 '시대를…'의 증보판으로 보인다. 임씨는 "증보판이 아니라 신간을 쓰는 마음가짐으로 집필했다"고 말한다.

이전과 많이 달라진 것은 시대가 흐른 만큼 90~2000년대 대중음악에 대한 새로운 조명을 시도했다는 것. 이 과정에서 30여장의 음반이 추가됐다. 너바나(Nirvana)의 '네버 마인드'(Never Mind), 에릭 클랩턴의 '언플러그드'(Unplugged), 스매싱 펌킨스의 '멜론 콜리와 무한한 슬픔'(Mellon Collie & The Infinite Sadness), 라디오 헤드의 '오케이 컴퓨터'( O.K. Computer)등이 여기에 들어가 있다. 여기까지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하지만 머라이어 캐리의 '백일몽'(Daydream),백 스트리트 보이스의 '밀레니엄'(Millenium)등은 보는 시각에 따라 이의를 제기할 이도 있을 듯하다.

이에 대해 임씨는 "음반 선정의 기준으로 시대적 측면, 예술적 측면, 대중적 측면 모두를 비슷한 비중으로 다루었다"면서 "무엇보다 국내 대중의 취향을 충실하게 반영했다"고 말했다.

모두 5백31쪽으로 구성된 이 책이 통칭 '개괄서' 범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10년 전에 출간된 개괄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음반의 숫자가 아닌 깊이로 빈 곳을 채운 교양서를 기다리는 건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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