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맡겨도 연 2% … 단기예금에 돈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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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광주광역시에 사는 주부 백숙(51·여)씨는 최근 6개월짜리 정기예금을 들었다. 펀드 만기가 돌아와 여유자금이 생겼지만 이를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백씨는 “단기 상품으로 돈을 굴리며 수익이 더 나는 상품이 있는지 살펴볼 생각”이라며 “6개월 예금도 1년짜리와 금리에 큰 차이가 없더라”고 말했다. 예금 금리가 바닥을 치자 단기 예금에 돈이 몰리고 있다. 3~6개월 정기예금이나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주는 수시입출금 통장에 돈을 넣어두고 투자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올 3분기 국내 4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의 정기예금 잔액을 보면 이 추세가 뚜렷하다. 만기가 1년 이상인 정기예금 상품의 잔액은 2727조804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36조8130억원(1.33%) 줄었는데 같은 기간 1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858조3370억원으로 오히려 4.85% 늘었다.

 금리가 슬금슬금 내려가니 은행이 돈을 오래 맡아두기를 부담스러워하는 게 주요 원인이다. 은행은 추가로 기준금리가 인하될 때를 대비해 단기 정기예금의 금리를 올려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시중은행의 6개월 미만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연 3.45%로 1년 이상~2년 미만 예금 금리(평균 연 4.2%)와 0.75%포인트 차이가 났다. 그러나 올 8월 이 차이는 0.31%포인트에 불과하다. 국민은행 수신부 관계자는 “한 번 더 기준금리가 떨어질 수 있다는 시장 분위기 때문에 은행으로선 장기 예금 상품을 운용하는 데 따르는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단기 상품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부담 없는 선택이다. 당장 돈 굴릴 데는 마땅치 않은데 1년짜리와 비슷한 금리를 주는 예금, 하루만 예치해도 연 2%대 금리를 주는 상품 등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중간에 해지해도 기본 이율을 보장하는 국민은행의 ‘국민UP정기예금’이나 1억원 이상을 하루만 넣어둬도 연 2.2%의 이자를 얹어주는 신한은행 ‘수퍼저축예금’ 등이다. 이관석 신한은행 PWM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은 “대선이 끝나면 반짝 경기부양책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이가 많아 짧은 시간에 여윳돈을 굴리기 좋은 상품이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불투명한 만큼 장기 상품에 돈을 묻어두는 게 낫다는 조언도 많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은 “당분간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이상 올라가기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며 “안정적인 투자 성향을 지녔다면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은 1년 이상 정기예금 상품에 가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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