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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트] 3년째 스크린서 자취 감춘 한석규

중앙일보

입력

최근 영화계에선 재미있는 풍문이 하나 돌았다. 한석규가 출연할 예정이던 '11월의 비' 의 제작사측이 투자.배급사측에 흥행 수익의 80%를 요구해 계약 자체가 파기됐다는 것이다.

제작사와 투자사가 5:5로 나누는 관례를 깨고 한석규의 스타 파워로 무장한 제작사측이 무리한 주문을 했다는 소문이었다. 게다가 한석규의 형이 대표로 있는 제작사와 관련된 사건이라 일말의 개연성도 있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다.

'11월의 비' 에 투자할 계획이었던 코리아 픽쳐스의 김동주 대표는 "시나리오의 완성도에 문제가 있어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한 적은 있지만 어떻게 그런 루머까지 나왔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며 고개를 내저었다. 코리아 픽쳐스는 올 한국 영화계의 최대 화제작인 '친구' 를 투자.배급했다.

이런 소문의 배경에 한석규의 스타성이 작용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닥터봉' (1995) 으로 데뷔한 이래 '초록물고기' '접속' (97) , '8월의 크리스마스' (98) , '쉬리' '텔미섬딩' (99) 등을 통해 한국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로 성장한 그가 지난 2년간 한번도 스크린에 얼굴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영화계가 전대미문의 호황을 구가하면서 빚어진 배우 기근을 감안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그의 작품 선택은 마냥 칭찬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11월의 비' 는 한석규의 출연 자체로 눈길을 모았다. 그가 주최한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된 작품이라 화제성도 컸다.

그러나 원작 시나리오를 손질하는 과정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제작사.투자사는 대신 한석규가 나오는 다른 작품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그의 복귀가 또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중한 선택을 나무랄 순 없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 나름일 것. 현장을 떠난 배우는 물을 떠난 물고기와 같다. 또 연기력은 작품을 통해 늘지 않는가.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 를 두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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