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오빠가 20년 넘게 성폭행…" 알고 보니 가해자가 '의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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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오빠에게 수십 년 간 성폭행 당했다는 한 여성의 피해 사례가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가운데, 가해자가 다름 아닌 의사인 골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나서 이번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여성 안모씨(41세)가 지난 8일 다음 아고라에 “친오빠로부터 성폭력 당한 피해자입니다. 꼭 좀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올리면서 이번 사건이 널리 알려졌다.

안씨의 주장에 따르면, 5살 많은 큰오빠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그녀를 성폭행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직장생활을 했던 터라, 어렸을 적부터 큰오빠가 안씨를 씻기고 속옷을 갈아입히는 등 그녀를 보살피는 일을 도맡아했다. 그러다 성폭행으로 이어지게 된 것.

하지만 안씨는 부모님께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친오빠가 전교 1, 2등을 놓치지 않는 우등생인 터라 부모님의 신임과 기대가 매우 두터웠을 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오빠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전전긍긍하는 분위기였다는 것.

이에 안씨는 수차례 자살시도를 했고, 대학교 2학년 때는 오빠의 아이를 임신해 모친에게 이끌려 중절수술까지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빠의 성폭행은 그녀의 결혼 이후에도 지속됐으며, 2006년에는 안씨의 집에까지 찾아와 아이들이 자는 것을 확인하고 수차례 때려 성폭행을 했다고 안씨는 호소했다.

정상적인 결혼생활이 불가능했던 안씨는 결국 이혼을 했고, 이후 재혼한 현 남편의 권유로 지난 9월 목포경찰서에 오빠를 강간으로 고소하게 된 것.

하지만 문제는 경찰서가 DNA같은 증거나, 자백, 증인이 없어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수사를 종결한 점이다. 안 씨는 "나를 성폭행한 큰 오빠는 목포 A병원 내과 원장이고 둘째 오빠는 전남도청에 근무하는 행정공무원, 셋째 오빠는 경찰 간부다. 아빠는 행정공무원 4급으로 퇴직했다"며 "내 사건에 영향을 주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안씨의 사연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공분하며 사건을 재수사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해당 글은 조회수가 42만 건, 댓글수가 4300여건을 넘어섰다.

이처럼 논란이 거세지자, 현재 전남경찰청은 목포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재수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또 다른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준 덕에 재수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서 며칠째 잠도 못 자고 손발도 덜덜 떨린다. 하지만 나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이 다시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힘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의협 노환규 회장은 어제 열린 대선 관련 기자회견 말미에 이번 사건을 언급하며 “피의자 신분이 의사라고 한다. 정말 의사가 맞고 그 글의 내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의협 윤리위원회가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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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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