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스웨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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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호 04면

‘K팝 스타 시즌2’를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재주 많은 젊은이들의 끼를 즐기면서, 양현석·박진영·보아 심사위원 3인방의 정감 있는 심사평을 듣는 재미가 한 주를 정리하는 낙입니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해 젊은 친구들이 나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특징인데, 요즘 여기서 새롭게 유행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스웨거(Swagger)입니다. 허세 가득한 몸짓으로 으스대며 음악을 하는 멋쟁이라는 뜻의 신조어라는데, 이런 호칭을 받는 친구들이 제법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인생의 절반을 춤추며 살았다”는 열한 살짜리 소녀가 나와 춤을 추는데 박진영이 벌떡 일어나더니 90도로 절하면서 이런 말을 했었죠. 키보드를 갖고 노는 듯 치면서 노래를 부르던 청년도 이런 얘기를 들었고요. 보아의 보충설명에 따르면 “(춤을) 막 추는 것 같은데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다”는 말은 이미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이겠죠.

보통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새 일에 대한 습관을 들이는 데는 100일, 어떤 일이 손에 익숙해지는 데는 3년(약 1000일), 그리고 한 분야에서 나름 일가를 이루는 데는 10년(맬컴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이 걸린다는 것이 정설이죠. 그런데 아직 젊은 나이에 이런 느낌을 줄 수 있게 됐다면 타고났을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엄청난 연습을 했다는 얘기겠죠.
올 한 해 나는 무엇에 미쳐 지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연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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