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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개발은행의 장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963년 3월 「마닐라」에서 개최되었던 「에카페」 제19차 총회에서 발의된바 있는 아주개발은행의 구상은 그동안 준비를 거듭한 뒤에 내년중에는 그 설립을 보게 될 듯하다. 애초의 우리나라의 출자할당액은 1천56만불로서 「에카페」역내 23개국가중 11번째의 순위였으나 그것이 3천만불로 증액되면 6위의 출자순위가 될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아주개발은행헌장에 따르면 10명으로된 이사중 7명의 이사를 「에카페」지역국가에서 선출하게 되어있으므로 증액된 출자액순위에 따르면 이사국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사국으로 선출되기 위해서 출자액을 증액하는 타당성여부는 동행의 활용도를 따져서 앞으로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여하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설립하게된 동행의 역할의 장래에 대하여 적지않은 관심을 안가질 수 없다.
지역적인 개발은행으로서는 이미 미주개발은행과 「아프리카」개발은행의 선례가 있으며, 아주개은의 장래의 운영방식도 그 재원구성·업무·조직 및 경영등에 있어서 많은 전례를 참작하여 「아시아」의 실정에 맞게 충분한 검토를 거치게 될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는 동행의 앞으로의 성공적운영은 「아시아」라는 특수한 조건을 잘 살려서 여러 국민의 이해를 공평하게 반영시키는 방도여하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며 동행의 운영의 바탕이 될 「아시아」의 객관적인 사정을 배경으로 하여 장래의 과제를 전망하려고한다.
아주개은의 장래는 「아시아」각국의 경제개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서는 안 될것이지만, 그 성공여부는 「아시아」의 정치적·경제적조건에도 크게 좌우될 것이다.
첫째로 「아시아」의 정치적이념은 세계에서도 가장 분열되어 있다. 인도·「버마」·「인도네시아」등의 중립적정부, 한국·자유중국등의 반공정부와 그밖에도 양대진영속에서 미묘한 동향을 보이고있는 국가들도 있다.
다년간 서구의 식민지였던 「아시아」의 신흥제국의 민족주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배타주의로 흘러 역내제국의 국제협력을 저해한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전중의 일본의 「아시아」전역에 걸친 군사적지배는 가장 불쾌한 민족적감정을 남기고 있으며 또한 이미 동양의 공장으로서 재생한 일본의 귀추를 공동으로 감시하여야 할 형편에 있다.
둘째로는 경제적측면에서도 크나큰 애로가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아시아」전역은 일본을 제외하고서는 기본적으로 국제분업면에서 제1차 생산물중심의 산업·수출구조를 벗어 나지 못하여 동질적인 경쟁이 불가피하게 되어있으며 이것이 역내의 무역확대를 가로막아 왔다. 이러한 원시산업중심의 단작생산구조는 국제적인 경기변동의 여파를 예민하게 받기 일쑤이며 끊임없는 가격폭락의 위협을 받고있다.
그러므로 「아시아」의 개발융자는 앞으로 식료 및 원료수출과 제품수입이라는 식민지형의 무역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역내공업화에 제일의적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중진 독일과 선진 영국의 무역은 양국이 공업화한 20세기초에 가장 신장되었던 것이다.
현재도 숙제로 남아 있는 「아시아」경제협력기구안(아시아공동시장안)이 난산한 원인은 그러한 동질적인 경쟁체제에 있으며, 관세동맹이나 무역자유화에 의해서도 무역량이 확대되기 어렵다. 아주개은은 앞으로 공업화에 의한 분업의 세분화와 이를 바탕으로한 통상확대를 기해야 할 것이다. 각국이 실천하려고 하는 경제계획을 공동으로 검토하고, 각국의 실정에 맞는 산업투자와 교통운수·항만등 외부경제의 정비와 기술교육을 중심으로한 재정 및 기술원조방식을 택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호원조방식과 더불어 앞으로 원료의 공동관리에 의한 가격유지책도 실시하여야 할 것이며 또 어느 시기에 가서는 구주지불동맹과 같은 다각결제기구를 설립하여 「아시아」제국의 통화의 기초위에서 다변적인 통상확대를 기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아주개은을 계기로하여 역내의 통화안정-생산융자-무역확대-자유결제라는 제난제를 해결하는 방도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될 것이며, 이것은 동방민족주의가 진정코 서구에서 독립하여 자존과 독립을 지키고 자기지양을 완성하는 고귀한 시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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