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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새롭지 않은 신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강경 계열의 신당은 아직 저 산너머에 있다. 한·일 조약을 매국으로 단정, 울분에 찬 구국을 명분으로 통합대열에서 떠났던 강경파도 신당작업 과정에서 분열의 위기에 부딪쳐있다. 이른바 선명 야당의 깃발은 그들이 부정했던 주도권 다툼에 스스로도 말려 들어가는 모순 속에 퇴색해가고 있다. 『나라가 팔려가는데 당이나 주도권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윤보선씨 탈당의 변)라던 애국론은 통합된 민중당 해체를 내세웠다.
『현정부는 무한정치로 민주주의를 장송했고 집권연장을 위해 매국을 강행하고있는데 투쟁하는 것 이외의 어떤 일이 용납될 수 있는가』라는 강경론은 의회포기와 국민적 투쟁이라는 극한궤도를 깔았다. 비준저지를 위해 자폭하는 것이 국민의 흥망이라는 이 한마디는 의원직 사퇴와 민중당 해체에 반대하는 의견을 깔아뭉갰다.
그러나 민중당 주류이던 박순천 체제의 세칭 온건파는 의원직 사퇴 등 극한궤도를 오도된 지도노선으로 낙인찍고 소속의원을 원내로 복귀시켰다. 강경파는 온건파가 원내로 복귀하자 『민중당은 배의의 당으로 전락했다』는 매몰찬 비난을 남기고 탈당을 선언했다.
민정계 강경파는 민중당 정화동지회를 민주계 강경파는 민주구락부로 새로 「그룹」을 형성, 신당 추진세력으로 등장했다. 신당구상은 대일 외교를 반대하는 동일선의 비 정당 세력을 결집시킨다는 화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학계·종교계·예비역 장성 등 이른바 신인과는 쉽게 손 잡혀지지 않았고 급기야 이 문제는 민정계와 민주계의 분쟁의 불씨가 되고 말았다. 민정계는 새로울 것 없는 정당인 중심으로 창당을 공식화하기로 했다.
민주구는『신인 참여 없이 기존 정파연합의 신당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양파는 원칙적으로는 신인참여를 환영하면서도 받아들이는 자세가 근본적으로 엇갈려있다.「신인을 참여케 하면 강경파가 주도권경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분당했다는 오해도 씻을 수 있고 국민에게 신선감을 주게된다』(윤제술씨말)고 민정계도 원칙을 긍정하면서도『그러나 신당투쟁은 정당인이 앞장 설 수밖에 없는 것』(윤보선씨의말) 이라고 말하여 신인에게는 전시적인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 반면 민주구는『새 인물 새 체제 새 이념으로 완전한 탈바꿈을 하지 않고서는 국민에게「어필」할 수 없다』고 주장, 대통령후보도 당수도 새얼굴일 것을 구상하고 있다.
신당세력 안에는 대담한 신인규합을 통해 파벌의식을 묻어야한다는 자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민정계가 비대한 정당인 「그룹」을 안고있고 이에 비해 민주구가 소수라는 현실적인 여건이 신인논쟁의 저변이다.
양파의 고집은『별도 창당도 불사할 결심」이라고 공언하기까지 된 완강한 것이다. 다만 두 갈래로 조각날 때 그 어느 쪽도 전망이 어둡다는 사실이 일방적 강행을 막아서 있다. 강경 계열이 이 시련을 어떻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다만 무소속의 정치활동이 봉쇄된 헌법의 제 약속에 대통령과 숱한 국회의원 후보자를 갖고있는 강경파세력의 신당 창당 결심만은 뚜렷이 내다 볼 수 있다.
그러나 창당만으로는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다. 신당에는 원내의석도 자금도 없는 데다 명분마저 퇴색하고 나면 공천정당으로 전락할 뿐이다. 그들이 부정했던 오늘의 헌정에 어떻게 대처하고 통합야당에서 이탈, 야당을 두 조각 낸 일을 말로써가 아니라 행동과 그 결과 (신당의 새 모습)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들의 현실부정이 오늘에 대한 욕구불만에서 전기를 재촉하는 초초의 결과가 아니었다는 것을 실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경론을 정한 당의 이념을 세운 청사진을 내놓아야한다. 그들이 말한 대로 국운이 절박한 위기로 가고있다면 주도권경쟁이 문제로 남아있을 수 없어야한다.
강경 대열은 비장하고 화려했던 애초의 구도에서 빗나가고 있다. 그들이 넘어야할 산은 그들이 넘어가기에는 좁고 험준한 것인지도 모른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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