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회원이 퇴폐이발소에서 카드 쓸 수 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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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회사원인 임모(23.여)씨는 지난 26일 S카드사로부터 카드 분실 여부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

임씨의 신용카드가 서울 장안동의 한 퇴폐이발소에서 사용됐다는 내용이었다. 임씨는 카드사 직원에게 "남동생에게 카드를 잠시 빌려주었다"며 남동생의 인상착의를 함께 알려줬다. 카드사는 이발소에서 카드를 사용한 사람이 남동생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임씨 남동생이 일하는 서울 청담동의 한 일식집에서 종업원으로 있는 유모(23)씨가 카드를 훔쳐 사용한 사실을 밝혀냈다.

신용카드사의 '사고예방시스템(FDS.Fraud Detecting System)'이 부정 카드 사용자를 잡는 데 한몫하고 있다.

FDS란 회원의 카드 이용 현황을 자료로 만든 뒤 이 패턴에서 어긋나는 거래행위를 적발하기 위한 것이다. 카드사는 여성이 단란주점에서 카드로 결제하거나 남성이 여성 명품 매장에서 고가의 물품을 사는 등 이상한 거래행위가 발견될 경우 카드 소유주에게 확인을 한다.

이처럼 각 카드사가 FDS를 도입해 고객의 카드 사용을 감시하는 것은 부정 카드 사용으로 인한 카드사의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카드를 분실했거나 도난당한 뒤 60일 이내에 신고하면 다른 사람이 부정 사용한 피해액 중 일정 금액을 카드사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 부정 사용액은 2001년 543억원에서 2002년 738억원으로 늘어났으나, FDS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2003년에는 652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6월까지의 카드 부정사용액은 234억원으로 2003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5억원이나 감소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FDS가 고객의 소비행태를 감시하는 '사생활 침해'라는 비난의 소리도 나온다.

◆ 카드 FDS(Fraud Detecting System)란

회원의 카드 사용 행태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평소 카드 사용 패턴에 어긋나는 거래를 적발하는 시스템.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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