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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만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강이 바다로 흐르지 않고 산으로 역류한다면 그것은 천변에 속할 일이다. 그러나 그 역류 현상에 너무 놀랄 것은 없다. 우리 사회에는 곧잘 그런 일이 많은 것이다. 교통수단이 그렇지 않은가? 돈을 더 많이 내는 승용물일수록 타기 쉬워야하는 것이 순리인데 실은 이것이 거꾸로 되어있다. [택시]를 타기보다는 합승이 타기가 더 쉽고, 합승보다는 [버스]가, [버스]보다는 전차가 한결 타기가 더 용이하다. 그리고 걸어다니는 것이 그 중에서 제일 편하다.
교통수단뿐이겠는가? 학교의 순서를 보아도 그런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교수보다는 중·고등학교선생의 수입이 좋다고 한다. 입시관계로 중·고등학교선생들은 학관에 나가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인기 있는 학관선생 가운데는 자가용차를 타고 다니는 분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국민학교선생은 그들보다도 또 부수입이 높다. 대학입시보다는 중학교 입시준비가 더 치열하기 때문에 6학년담임 정도가 되면 으례 사설야학당으로 만만찮은 돈을 번다. 그렇지 않아도 [치맛바람]에서 떨어지는 것들이 만만찮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유치원! 귀족국민학교가 생긴 바람에 유치원도 이제는 시험준비 학교로 승격을 했다. 산토끼 춤이나 추고 목마를 타는 것이 유치원인줄 알았다가는 봉변을 당한다.
유치원의 과외수업광경은 노인들 바둑두는 것 같다. 적어도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정도가 되면 3등 국민은 아니다. 한국에서 1등 국민의 선민들만 모아놓은 학교가 바로 유치원이란 곳, 그 선생님들이 뽐낼 만도 하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집주인은 유치원선생, 그 집에 전세를 든 사람은 국민학교선생, 그 전세에 삭월셋방을 든 사람은 중·고등학교선생, 그리고 사월셋방도 들지 못해 문전에서 기웃거리는 사람은 대학교수"라는 농담이 별로 허풍 같지 않다.
사회전체가 그렇다. 학식도 교양도 없는 그야말로 유치하기 짝이 없는 유치원 원아 같은 친구들이 도처에서 판치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영화를 보아도 유치하게 만든 희극이 돈을 벌고, 책을 보아도 역시 유치한 수기물이 [베스트·셀러]가 된다. 국정감사와 예산심의를 하고있는 국회풍경도 유치원을 방불케 한다. 유치원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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