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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개념 위에 선 청구권 사용 방안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른바 대일 청구권의 사용방안이 대통령 주재하의 관계자 회의에서 토의되었다는 것은 기보된 바와 같거니와, 청구권 자금을 견질로 하는 특별 회계의 설치나 관리 위원회의 구성에 관한 검토도 진행되고 있는 것 같고, 실무「레벨」의 예비 교섭단이 내월 초에는 도일케 되리라고도 한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점은 청구권 사용 방안의 준비 과정이 석연치 못한 감을 준다는 것이다. 정부부내에서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복수 안을 만들고, 그것의 단일화를 위해서 정부와 당의 연계에 의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청구권의 본래의 성격이 국민 혈채에 대한 보상이라는데 상도 하거나 또는 그 용도별 배분이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균형 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한정된 인원에 의해서 정부나 집권당 내부에서만 그것이 마련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왕 관리 위원회도 설치케 되어 있고, 이미 정부와 민간의 위원은 선정이 끝난 터이므로 적어도 그 범위에까지는 사용 방안의 작성 작업이 확대되어야 할 것 같다. 가능하다면 정부 밖의 전문가들도 그 작업에 측면적으로 참여케 하는 것이 일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다음에는 「청구권」이라는 것은 일본측이 말하는 소위 무상 제공 3억불에 국한된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면 한다. 재정 차관이나 상업 차관은 말 그대로 차관인 것이며, 따라서 그것은 어디까지나 「프로젝트」별로 차관 조건 여하에 따라 「케이스·바이·케이스」로 처결되어질 성질의 것이다. 그것을 마치 확정된 일반 청구권 자금인양 생각하여 연차별의 평면적인 용도별 배분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청구권의 성격을 흐리게 하는 소위가 될 뿐만 아니라 사용계획의 확정성을 위해서도 심히 불안한 것이 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한국의 국제간의 자본 거래는 근래에 이르러 그 액수로 보나, 거래권으로 보나 상당히 다채로운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므로 일본으로부터의 재정 차관이나 상업 차관은 그 차관 조건의 국제적 비교를 통해서 그 투입 여부와 투하 대상이나 시기, 그리고 그 규모가 결정될 문제이지, 덮어놓고 일본 것을 지정 대상에 지정 규모로 투입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차관은 일반 국제 경협의 범주에서 고려되어야하며, 이것이 청구권과 혼돈 되어 그 경제성이 망각되거나 또는 청구권의 올바른 도입이 저해되어서는 안되겠다.
일본은 최근 수년 내로 연 6%내지 7%의 소비자 물가 설에 허덕이고 있다. 도매물가도 지수로서는 안정되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은 독점 가격이 지니는 하방경직건 때문이지 실지로 안정되어 있는 것이라고 이해될 수는 없어 보인다. 일본의 물가고의 근인이 결국은 고 임금과 산업 부문간의 생산성의 격차에 있는 것이라면, 일본의 산업 구조가 중화학 구조로 성숙될 때까지는 물가 품귀의 추세는 억제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을 낳게 한다. 따라서 10년간에 3억불이라는 청구권 규모는 그것이 일본 상품과 용역 값으로 환산될 때에 일본 원화 가치가 하락되는 만큼 축소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연간 평균 2천여만불 어치의 일본 상품과 용역의 도입을 위해서 특회 설치니 또는 관리 위원회의 설치니 하여 지나치게 떠드는 것 자체가, 정치적 의의를 고려 외로 하고 적어도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면 지나친 「소란」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청구권 사용의 원칙으로 농수산업에 우위성을 두겠다는 점에는 동조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지원 배분 정책의 왜곡과 개발 전략의 무원칙 때문에 거의 망각되다시피 되어온 농수산업 부문에 청구권 자금을 우선적으로 돌리겠다는 방향은 저 생산 부문의 개발을 위하고, 국민 전체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근본 취지에 맞는 방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푼의 대일 거래에도 자주성과 합리성이 상실되는 일이 없도록 널리 중지를 모으도록 하여야 하겠으며 좋은 의미의 국민적 토의를 거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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