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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측의 갖가지 제약과 조건을 달고…|8억불의 청사진|정부의 청구권 사용을 타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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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51년 9월8일에 조인 된 「샌프란시스코」 협정 제4조 A『…일본과 일본 국민에 대한 청구권 (상권 포함)의 처리는 일본과 전기 당국간의 특별 협정에 의하여 결정된다』에서 잉태한 청구권―.
「36년간의 혈채」 「독립 축하금」 등의 별명으로 14개 성상을 누빈 끝에 「한국과 일본국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 협력에 관한 협정」이라는 거추장스런 「타이틀」밑에 「8억불+알파」라는 계수로 표시되었다.
이 8억불 이상은 무상 3억불, 재경 차관 2억불, 그리고 민간 상업 차관 3억불 이상이라는 3가지 자금으로 뭉쳐 있지만 주는 일본측에서는 이 3가지의 어느 자금도 청구권이라 이름하지 않고 받는 한국측에서도 8억불이 모두 청구권 해결이라느니. 3억불만 청구권이라고 주장하는 등 제멋대로의 해석.
이래서 「샌프란시스코」 협정에 규제된 청구권은 명확한 청구권도 아니며 그렇다고 경제협력 기금만도 아닌 「8억불 이상」이라는 「달러」로 변모한 채 6·22 한·일 협정 조인의 홍역을 치르고 8·14 한국 국회와 11·12 일본 중의원의 날치기 통과를 거쳐 「활약 단계」에 들어섰다.
애초부터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해온 정부이기에 이 청구권의 명칭이나 성격에 둔감한지 오래였고, 이젠 8억불짜리 청사진을 설계하기에 전념. 이 청사진에 건 내일의 「비전」이 과연 실리를 추구한 보람으로 결과할 것인가? 국교 정상화를 문턱에 두고 정부가 그리는 이 8억불의 청사진을 뜯어본다.
정부의 청구권 사용 설계에 앞서 이 자금의 사용 설계에 따른 협정상의 제약을 우선 지적 않을 수 없다.
이 제약을 요약하면 이 자금이 10년 동안 분할도입 되어야 하고 ▲생산물 및 용역은 일본이어야 하며 (협정 제1조) ▲이 물자 및 용역의 제공이 일본의 외환 추가 부담이 있어서 안되고 ▲일본이 제공하는 물자가 한국의 영역으로부터 재수출되어서는 안 된다. (제1의 정서 6조 4항)
일본의 외화 부담이라 함은 ▲특히 높은 외화 부담을 필요로 하는 경우와 동등한 품질의 일본 생산물에 의하여 대치할 수 있는 수입품 또는 독립적인 기능을 가지는 수입 기계 부속품의 구입에 있어서 외화 부담을 필요로 하는 경우 (의사록)라고 못을 박아 일본의 대한공여 물자의 한계를 명시했다.
이는 특히 무상 3억불의 경우 한푼의 「달러」 유출 (외환 계정상의)도 허용치 않는다는 것이며 생산 과잉 수출 부진 품목과 국제 수지에 기여도가 낮은 시설 중에서 골라야 한다는 강력한 B·J (바이·재팬=일본 상품 구매) 정책이 전제되어 있다.
『무상 및 차관이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유익한 것이 아니면 안 된다』 (협정 제1조 1항)는 무상 및 차관의 성격이 이러한 B·J 정책 밑에 엄격하게 규제를 받아 일본의 잉여 물자나 사양 시설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올라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제한된 물자 및 용역의 도입 중 분쟁이 야기되었을 경우 ▲중재위 (협정 제3조4항) 또는 상사 중재위 (제1의 정서 3조3항)의 결정에 따르되 ▲그의 최종 판결권은 ▼속지주의에 입각, 동경 재판소 또는 피고지상사 중재위의 결정에 따르도록 규제, 이 분쟁의 해결권도 일본측이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무상이나 차관 자금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일본의 주도권 하에 사업이면 사업마다, 물자면 건건이 일본의 인위를 받아 (이런 의미에서 청구권이란 명목을 붙이기 힘들지만) 도입하게 되는 8억불의 사용 방향은 어떠한가?

<대중 이익 사업에만 여·야 공동 관리로>
지난 7월13일 한·일 협정의 국회 비준에 앞서 대일 청구권은 국민 앞에 공개하여 국민 대중의 이익이 될 사업에만 사용하고 이의 관리는 여·야 공동으로 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앞서 경제기획원은 무상 3억불 중 1억불을 낙동강 및 금강 유역의 전원 개발, 치산·치수를 위한 다목적 「댐」 건설 등 사회 간접 자본 확충에 직접 투자하고 1억5천만불의 원자재 도입도 철도·항만·농업 생산·경인 지구 개발 등에 직접 또는 내자 조달용 원자재를 도입, 재정 차관 2억불은 한강 유역 개발에 AID차관과 합류시키는 것을 비롯, 철도자재 제조 공장 건설, 기재 기구 공업, 석유 화학 공업, 화물 및 유조선 도입, 제철 공장 건설 등에 투입키로 한다는 청사진을 청와대에 제출한 바 있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원무임소 장관에게 별개의 안을 작성 지시, 원 장관은 각 부처의 요구 사항과는 달리 독자적인 시안을 작성, 여당 간부들의 사전 합의와 각부 장관들의 동의를 얻어 다음과 같은 청사진을 그렸다.
①무상 3억불은 ▲농업 부문에 5천3백80만불 ▲수산업 부문에 4천4백만불 ▲기타 주요 산업에 1천5백70만불 ▲원자재 도입에 1억6천1백만불, 청산계정 4천5백70만불 합계 3억1천9백 만불을 할당하고 ②재정 차관 2억불은 ▲중소기업 5천만불 ▲다목적「댐」건설 4천5백80만불 ▲기타 주요 산업 8천7백40만불 예비비 1천6백80만불을 각각 배분 ③상업 차관 3억불은 ▲농업 부문 1천1백40만불 ▲수산 부문 9천1백만불 ▲기타 주요 산업 9천3백10만불 ▲예비비로 1억4백50만불을 책정했고 ④이의 내자로는 7백24억원을 계상 ▲농업 1백74억원 ▲수산 1백50억원 ▲중소 공업 1백억원 ▲다목적「댐」 1백50억원 ▲기타 주요 산업 1백50억원이 소요된다 했다.

<완전 합의 못 본 시안 투자 순위만 굳어져>
그러나 이 원장관의 작품이 주무부인 경제기획원과 완전 합의를 못 보고, 또 시안이라는 점에서 유동적인 「프레임」임에 틀림없다.
또한 이를 규제할 청구권 자금관리 및 운용 법안이 아직 입법되지 않았고 이에 의한 청구권 자금 판매위가 발족되지 않고 있는 이 마당에 10년에 걸친 정학한 청사진을 그릴 수도 없거니와 그려낸 대도 그 신빙성이 회의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자금 사용의 굵은 뼈대는 ①농업 ②수산 ③중소공업 ④다목적「댐」건설 ⑤기타 주요 산업의 순위로 투자 순위가 굳어져 가는 것은 기본 방침인 것 같다.

<도입 기간 단축 모색 일 성의 없이는 불가능>
근본 문제는 이 기본 사용 계획보다 연도별 실시 계획이고 이의 효율적 결과는 오직 일본측의 협력 여하에 달려 있다.
이 연도별 실시 계획은 도입 기간의 단축과 금액의 증액, 당해 년도의 도입가용 물자를 결정하는 것이며 이는 전기와 같이 일일이 일본 정부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이 연도별 실시 계획을 손질하여 협정상의 도입 기간 10년을 3∼6년으로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중이지만 이 역시 일본 정부의 성의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 청구권을 담보로 일본 업자들과의 상담으로 물자와 용역의 소상 도입이 가능할 것 같으면서도 약삭빠른 일본 업자들이 반대 급부 없이 한국의 개발에 호의를 풀 것 같지는 않다. 이는 오히려 자칫 잘못하면 높은 이자를 지불하고 조악한 상품 흐름 여는 폐단을 낳을 우려가없지 않다.

<일본의 콧대만 높여 폭리 기회 줄 가망도>
강력한 B·J 밑에 폭리를 취하는 기를 마련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1950년의 한·일 포상 협정이내 일본의 대한 무역 정책으로 반증되고 그 결과는 대일 수출입의 쓰라린 입초를 경험했었다.
60년의 대일 수출 2천만불에, 수입 7천만불로 5천만불의 입초로 시작해서 64년에는 수출 3천8백만불에 수입 1억불로 6천2백만불의 무역 적자를 경험했다.
이러한 대일 무역 적자는 일본의 대한 수입의 지나친 억제로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고 「쿼터」제를 적용하는 한편 원자재의 한 무환 수출을 금하고 어업 근대화를 막는 어선·어구의 대한 수출을 금지해 왔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통상 협정에 의한 최혜국 대우가 수입 상품의 관세를 40% (예해태)까지 부과하고 생산 원칙 이하로 값을 깎는 일본에 대해서 한·일 협정에 의한 신사적 협력 (?)을 과연 기대할 수 있을까?
8억불의 청사진이 일본의 경제 침략으로부터 더럽혀지지 않는 길은 오직 일본의 신사적 협력 여하에 달려 있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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