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후 트윗 어록 "李는 잃을 게 없고, 朴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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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4일 TV 대선후보 토론에서 “(나는)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대선에)나온 거다. 박 후보 떨어뜨릴 거다”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박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하겠다고 하는데, 중간에 후보 사퇴하면서 선거 국고 보조금을 받게 되는 건 도덕적 해이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라고 질문하자 이렇게 답한 것이다. 이처럼 이 후보는 토론 내내 박 후보만을 향해 속사포 쏘듯 공격을 퍼부었다.

 이 후보는 인격 모독에 가까운 발언도 했다. 박 후보를 향해 “충성혈서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누군지 알 것이다. 한국이름 박정희”라며 “뿌리는 숨길 수 없다. 대대로 나라 주권 팔아먹는 사람들이 (오히려) 애국가를 부를 자격이 없다”고 했다. 앞서 박 후보가 이 후보가 소속한 통진당이 애국가를 부르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박 후보는 애국가를 부르지 않은 통합진보당 의원을 거론하면서 ‘김석기, 이재연’이라고 부르는 실수를 했다. 이에 이 후보는 “토론에 나올 때는 예의가 있어야 한다. 우리 당 의원은 김석기·이재연이 아니라 이석기·김재연이다”라고 쏘아붙였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통합진보당을 ‘민주노동당’으로 표현했다가 이 의원으로부터 정정을 요구받았다. 이 후보가 통진당이 애국가를 불렀다고 주장하자 박 후보는 “언론에도 다 나왔는데 그렇게 (거짓으로) 얘기하느냐”고 받아쳤다. 통진당 부정경선 논란에 휘말렸던 이석기 의원은 애국가에 대해 “애국가를 국가로 정한 적이 없다. 우리에게는 국가가 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었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을 ‘남쪽 정부’라고도 표현했다. 문재인 후보가 이 후보 측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을 실용위성이라고 한 것에 대해 지적하자, 이 후보는 “남쪽 정부에서는, 아니, 대한민국에서는”이라고 말을 고친 것이다.

 이 후보는 박 후보와가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됐습니다”라고 자주 말을 자르거나 질문-답변이 이어지는 중간에 끼어들어 “약속하겠다는 건가” “영해법은 읽어봤나”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자는 이 후보의 인신공격성 발언이나 룰 위반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 후보의 공격이 계속되자 박 후보는 “이 박근혜라는 사람을 네거티브를 해서라도 어떻게든 주저앉히려고 작정을 하고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이 후보도 엷은 웃음을 보였다.

 이 후보는 이날 JTBC-리얼미터 대선 지지도 조사에서 0.8%의 지지를 받았다. 오차범위 5%를 감안하면 사실상 지지도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군소 후보다. 하지만 의석 5석 이상이면 토론에 초대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다. 그래서 그의 이날 토론 태도가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위터에선 “이정희는 ‘(나는)잃을 게 없다’, 박근혜는 ‘(나는) 읽을 게 없다’. 문재인은 ‘(나는)낄 데가 없다’”는 태도로 토론이 진행됐다는 평가가 확산됐다. “스포츠 경기에서 실력으로 안 되는 선수가 룰을 어기고 마구 경기를 망쳐놓는 스포일러(훼방꾼)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강인식·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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