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분양 절반 줄였지만 … 기존 주민 불만 더 커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서울시와 SH공사가 파격적인 미분양 아파트 지원책을 내놓은 은평뉴타운의 중심거리. 최대 2억2500만원을 지원해주는 덕에 4일 오전 현재 미분양 아파트 616가구 중 절반 이상이 새 주인을 찾았다. [강병철 기자]

3일 오전 서울 은평뉴타운 10단지 내 분양사무소. 상담원 10여 명이 계속해서 걸려오는 문의 전화를 응대하느라 분주했다. 최순원 상담팀장은 “주말엔 직접 분양사무소를 찾는 사람이 많고 주 중엔 전화 문의가 많다”며 “SH공사가 미분양 지원책을 내놓은 뒤 상담을 해온 고객만 35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서울시와 SH공사는 은평뉴타운 내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선납할인(최대 1억7600만원)·평면개선비용(최대 3500만원) 등 최대 2억2500만원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놨다. 이 덕분에 오랫동안 미분양됐던 616가구 중 절반이 넘는 311가구(4일 오전 현재)에 대한 계약이 이뤄졌다. 김윤미(31·마포구 연남동)씨는 “북한산이 인근에 있어 공기가 좋은 데다 최근 SH공사의 지원책이 마음에 들어 전용면적 166㎡ 아파트를 계약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은평뉴타운의 상황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349만㎡ 에 달하는 은평뉴타운 지역은 2004년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됐으며 분양 9074가구, 임대 5776가구 등 모두 1만4850가구의 아파트가 건설됐다. 그러나 2008년 준공 즈음 터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져 지난달 20일 전까지 아파트 616가구(6.8%)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특히 전용면적 166㎡인 대형평형이 426가구로 가장 많았다. 주홍석 SH공사 분양팀장은 “당초 내년 2월은 돼야 300가구 정도가 계약될 것으로 봤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며 “꼬이기만 하던 미분양 문제가 잘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입주한 주민들은 서울시와 SH공사의 파격적인 미분양 해소책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제값을 다 내고 입주했다.

 김광배(67) 은평뉴타운 1·2·3지구 입주자 총연합회장은 “서울시와 SH공사가 미분양 아파트 값을 낮추면서 기존 아파트의 하자 보수 등 시설 개선은 소홀히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아무런 할인혜택 없이 들어온 기존 입주민들의 불만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분양가 할인으로 금전적인 손해를 봤다”며 서울시와 SH공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입주민 50여 명은 최근 ‘은평뉴타운 소유자 비상대책모임’을 구성했다. 이미 두 차례 모임을 가졌고 참여 주민수를 더 늘리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모임에 참석한 주민 정상모(42)씨는 “파격적인 분양가 인하 때문에 기존 아파트값까지 덩달아 떨어지게 돼 금전적 손해를 봤다”며 “서울시와 SH공사가 그동안 약속한 은평새길, 구파발 중심상가가 아직까지 만들어지지 않은 데 따른 피해도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